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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20. 2016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나는 코엔형제의 서늘한 유머가 좋다.

정확하게 말하면 '심각함'과 '유머'가 공존하는 그들의 방식이 좋다.

이렇게 우울하고 쓸쓸하고 답 안나오는 스토리를 보면서, 그렇게 자주 웃기도 힘들다.

인사이드 르윈을 보면서는, 그들의 다른 영화보다 '바톤핑크'가 많이 떠올랐다.

너무 오래돼서 줄거리는 기억이 안나는데

뭔가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하고 답 안나오는 작가가 나오는 스토리였다. 

그때도 많이 웃었던것같다.


여기 르윈 데이비스.라는 포크 가수가 있다.

실력 성질 자존심은 있으나, 돈 매너 책임감은 없는 찌질한 인간.

영화 도입부에서 부르는 'Hang me, Oh Hang me'가 너무도 괜츈해

순간 그의 가수성공 스토리를 희망한다면, 

그래서 [원스]같은 영화를 기대한다면 착각은 프리덤.

심지어 영화 속 르윈의 주위 사람들이 자주, 그를 가만히 바라보는 장면은 인상깊다.

마치 '니가 그 거지같은 인생에 언제 항복하는지 지켜보자'는 듯이.


삶은 변하지 않는다. 대체로 더 나빠진다.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에 더. 

그것을 의식하기 때문에 더. 

그 속에서 희망을 점차 포기하기 때문에 더.

그래서 자신의 무대가 어디인지 알고, 혹은 자신의 무대가 아닌것을 구별하고, 

그 무대를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나이가 들어가고, 그것을 의식하고, 희망을 객관화할 수 있다면 

삶이 점차 나빠진다는 것도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자신이 유일하게 존재할 수 있는 무대가 아직 있다면 말이다.

나의 무대도, 더럽게 척박해도, 그냥 광고인건가,를 잠시 생각했다.


시카고행 고단한 로드무비 한편을 찍고 

마침내 깨달은 르윈의 마지막 노래는, 인생을 관통한다. 그래서 심히 벅차다.

코엔브라더가 설계한 인생의 서늘한 비애 속에서도 노래는 빛이난다.


탈출과 귀환이라는 나름 다이나믹한 역경 속에서도

무심히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율리시스'의 빛나는 눈빛처럼.



[Inside Llewyn Davis]-Joel & Ethan Co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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