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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20. 2016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어떤 시각에서, 이영화는 '인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둔다.
그림좋다 배우좋다 연기좋다 음악좋다. 그런건 너무 당연해서 거들것 없고.

'무슈 구스타브'는 자신의 인생과 자존심을 담은 '호텔'을 단 한마디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그 한마디를 던진 사람에게 '완벽한 스펙' 따위 안중없는 기회를 준다.
'로비보이'는 자신의 존재와 생존을 인정해준 사람에게 목숨걸고 충성한다.
'마담 D'는 자신을 여자로 인정해준 남자에게 전부를 준다.
'드미트리'는 어머니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못난아들'의 전형적 성격장애를 보인다.
그리고 무슈 구스타브를 도와준 '모든 무슈'들은 서로를 온전히 인정하는 네트워크다.

누군가에게, 혹은 자신의 세계에서
진실로 인정받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인정하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마나 동화적인가. 이 영화처럼. 

요즘은 인정받기위해 인정하는 척 하는 시대.
자신의 주장을 인정받기 위해 '니 말도 맞지만'을 언제나 말 머리에 다는,
회의시간 저격수 멘트같은 꼴이다. 

하지만 그들 누구도 '니 말도 맞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 호텔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이 동화같은 비주얼때문만은 아니었다.
로비보이의 결정적 한마디는 취직을 위한 전략적 멘트가 아니었고
무슈 구스타브는 자신의 권력으로 인정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

내가 당신에게 (그럴듯한)충성을 줄테니 

당신은 나에게 (높은)고과를 주쇼. 혹은
니가 (실력없는)나를 인정하지 않으니, 

내 권력으로 너를 응징할테다' 같은 나의 직장에서는 
티클만치도 찾을수 없는, 아름답고 신성한 어떤것이랄까.

그런 호텔이 이 세계 어딘가에 있다면
나는 카피라이터가 아니라 로비보이가 되어도 좋다.

생존이라는 땅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자신의 업에서 
애써들인 노력만큼, 그 세월만큼, 완고한 자부심만큼 
진실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직이 없으므로

요즘 사람들은 SNS같은 허공의 세계에서 인정투쟁을 벌이며 사는게 아닐까. 



[The Grand Budapest Hotel]-Wes Anders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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