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의 공기

by 수다하리

어느 날, 장터에서 장님이 앉은뱅이와 만났답니다.

“아이쿠, 이거 죄송합니다. 제가 앞이 보이지 않아서 그만….”

“아닙니다. 제가 걸을 수 없으니 피하지 못했네요.”

서로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은 어느새 친구가 되었지요.

“그럼 내가 당신을 업고 다니면 어떻겠소? 나는 당신의 다리가 되어 줄 테니, 당신은 나의 눈이 되어 주시구려.”

“아!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장님과 앉은뱅이는 서로의 부족함을 함께 채우며 행복한 날을 보냈답니다.

두 사람의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았는지, 동네 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기도 했지요.






앉은뱅이는 슬슬 제 몫을 더 챙기기 시작했어요.

어차피 장님은 보지 못하니, 자신이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먹었지요.

그러다 보니 앉은뱅이는 점점 살이 찌고, 장님은 점점 허약해 졌어요.

장님은 앉은뱅이를 업고 다니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어요.

그러던 어느 겨울날, 힘에 겨운 장님은 눈길에서 넘어져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지나는 인적 하나 없는 곳에서 앉은뱅이는 후회하며 죽어갔습니다.






- 전래 동화 [장님과 앉은뱅이] -




이 이야기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다른 이야기는 장님과 앉은뱅이가 서로를 돕고 살다가 큰 복을 받는다는 행복 앤딩이다.




“엄마, O(산소)는 마이너스 2가 (O2-)인데, 왜 O(산소)가 두 개면 마이너스 4가가 아니야?”

과학을 공부하던 딸이 물었다.

중학교 화학은 개념에 대한 이해보다 암기가 필요하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고등학교 과정인 오비탈, 최외각 전자 등의 개념을 설명하기 어려우니,

원소의 전기적 경향성을 외우게 한다.

“아! 그게, 공유결합이라고, 산소는 서로 부족한 전자를 공유하거든.”

딸에게 간단하게 원리를 설명해 주었다.


산소.jpg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부족함과 부족함이 만나, 더 부족해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진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는 약 78%의 질소와 21%의 산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 원소는 모두 공유 결합을 한다.

그러니 그 공기를 마시며 사는 우리가, 부족함을 부족함으로 채워가는 건 진리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넘치는 누군가와의 시간이 과히 유쾌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부족함을 공감하고 보듬으며 또 하나의 마음 끈을 이어간다.

부족한 사람끼리의 만남은 늘 채움이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도 빈혈이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