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의 고수 -
개미의 조상은 사실 사람이었다.
그는 농부였는데 자기 노동의 과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웃의 소출을 부러움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훔치기를 계속하였다.
농부의 탐욕에 제우스가 너무 화가 나서 우리가 개미라 하는 곤충으로 바꾸어 버렸다.
그러나 몸뚱이가 바뀌었는데도 그의 성품은 그대로였다.
오늘에도 그는 여기저기 들판으로 쏘다니며 남의 밀과 보리를 거둬들여 제 것으로 쌓아두고 있다.
[이솝 우화 中에서]
이 이야기는 실화인 듯.
몸뚱이가 바뀌었는데도 성품이 그래도 남아 있는 나는 다시 개미가 되었다.
현재 수익률 마이너스 20%의 개.미.투.자.자.
작년 여름, S사의 바이오주가 상장했단다. 가게에 찾아온 지인이 공모가로 그 주식을 받아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했다. 상장되자마자 따상에, 주가는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상한가를 기록했다고 했다.
지인이 간 후에 주가를 검색해 보니, 공모가 49,000원이었던 주식은 며칠 만에 거래가가 20만 원이 넘어섰다. ‘공모주’라는 말도 생소했던 나는 마냥 부러웠다.
“휴- 남들은 저렇게도 쉽게 돈을 버나 봐요.”
그날 저녁, 남편에게 지인 얘기를 했다.
“거 봐요. 내가 하자고 했잖아요.”
남편은 웃으며 말했지만, 원망을 다 빼지 못한 말투였다.
생각해 보니, 그즈음 남편이 마이너스 통장으로 그걸 투자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다. 뭔지도 모르고 안 된다 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거였단다. 남편은 기회를 놓칠세라 말을 보탰다.
“며칠 후에 K사 게임 공모주 청약하는데, 그건 해봐요.”
이번에는 남편이 하자는 대로 하기로 약속했다. 그즈음 운 좋게도(?) 통장을 스쳐가는 목돈이 있던 터라 평소 같으면 불가능했을 금액을 K사 게임 공모 청약에 넣었다. 덕분에 1주 받기도 어렵다는 주식을 5주나 받았다. 남편은 이번에도 3일 연속 상한가를 갈 거라고 장담했다. 그러니 상장되자마자 더 사자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렇게 어느 목요일 K사 게임주가 상장됐다. 예상대로 주가는 따상에서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매수하러 걸었지만, 매수 대기자가 많아 살 수가 없었다. 남편은 다음날 다시 매수를 걸자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삼 거래 상한가 갈까요?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S사 바이오주도 삼 거래 상한가 가고도 계속 올랐어요. 상한가 한 번이면 수익이 30%잖아요.”
못내 불안했지만, 그러기로 했다.
금요일 9시. K사 게임 주가는 상한가에서 시작했다. 그 가격에 주식 매수에 성공(?) 했다. 공모가 24,000원이었던 주식을 금요일 거래가 81,100원에, 우리 수준에서는 제법 큰돈을 투자해 주식을 샀다.
이제 이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그 주 일요일, 간혹 오던 약대생 친구들이 왔다. 그중 B가 주식을 좀 한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자연스레 K사 게임 주식을 샀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K사 게임 주식을 더 사셨다고요?”
B는 뭔가 야단치는 말투로 물었다.
“……응.”
이유 없이 주눅 들어 대답했다.
“사장님, 그거 월요일에 개장하자마자 꼭 파세요. 꼭이요!”
“……어? 왜?”
B는 자신이 분석한, K사 게임 주식이 월요일에 폭락할 이유를 설명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얘기는 알아야 들린다. 그저 ‘월요일에 팔아’라는 강력한 의견 하나 접수했을 뿐이다.
월요일 아침, 주식 시장 개장 전부터 바짝 긴장이 됐다. 그날은 일부러 경제 TV로 주식 방송을 틀어놓았다. 출연한 두 주식 전문가가 바라보는 K사 게임 주식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한 사람은 오늘도 상한가를 간다 하고, 한 사람은 오늘은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드디어 9시! 다행히 K사 게임 주식은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나는 내가 산 가격에 수익을 조금 붙여 주식의 3/4을 팔았다. (1/4은 남겨둬 보기로 했다.) 그런데 주가는 내가 판 가격보다 몇 천 원 더 상승했다.
'에이! 뭐야?' 하며 잠시 아까워할 겨를만큼 지났을 뿐이었다. 주가는 정말 빠르게 빠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까지 불과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10시쯤 되어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미안해요.’한다.
“아, 팔았어요.”
남편이 가슴 쓸어내리는 소리가 전해졌다.
남편은 아침부터 회의가 있었다고 했다. 회의 중간에 사람들이 자꾸 들락날락 어수선하기에 무슨 일인가 했다고. 회의가 끝나고 나서야 이유를 알았다고 했다. 남편과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 중에도 금요일에 매수해서 손해를 본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 혹시 해서 1/4은 남겨 두었어요.”
“그것도 그냥 파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냥 하루 지켜보려고요.”
다음 날, K사 게임 주식은 더 떨어졌다. 다행히 월요일에 발생한 수익이 그날의 손해를 메꾸고 조금 남았다. 그 수익으로는 B에게 술을 한잔 샀다. 그날, 뜻밖의 주식 자문 덕분에 손해를 면했다고.
굳이 투자 결과를 말하자면, 그 일 덕분에 B와의 친분은 따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