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by 수다하리

지방 라디오 방송국 PD, 은수와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는 방송에 필요한 소리 채집을 위해 만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소소한 호감이 쌓입니다.

“라면 먹을래요?”

상우가 은수를 집까지 데려다 주자, ‘작업의 정석’이 되어버린 이 말로 은수는 상우를 집으로 들어오게 합니다.

두 사람은 함께 있으면 뜨겁게 사랑하고, 떨어지면 못 견디게 그리운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도 식어가기 시작합니다.

은수는 장래가 불투명해 보이는 상우에게 조금씩 실망합니다.

똑같은 자리, 똑같은 차에서 내리며 은수는 상우에게 말합니다.

“빨리 와서 라면이나 끓여!”

이 말에 상우는 은수에게 화를 냅니다.

“은수 씨, 내가 라면으로 보여? 말조심해!”

헤어지자 생각했다가 다시 화해도 해보지만, 결국 은수는 상우에게 이별을 통보합니다.

“우리 헤어지자.”

“내가 잘할게.”

“헤어져.”

“너 나 사랑하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상우의 간절함에도 그들은 결국 헤어집니다.

그녀가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을 본 상우는 임시 번호판을 단 그녀의 새 차 문짝을 긁어놓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은수는 종이에 손가락에 베이고 자신도 모르게 심장보다 손을 높게 들어 흔듭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쳐준 상우를 기억합니다.









옛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포장지를 풀어내면,

지난 사랑과 이별이란 것이 어쩐지 좀 유치하고, 미숙하고, 부끄러운 잔상이 있지 않을까?

참 묘한 것이, 나쁜 기억은 시간에 희석되고, 좋은 기억은 오히려 더 선명해지기도 하니,

그래서 다시 그 사람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있어 아름다웠던 시절의 내가 그리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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