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나무를 갖지 못한 이유

by 수다하리

어느 마을에 망고 과수원이 있었다. 여름이면 망고가 주렁주렁 열렸다. 망고가 익기를 기다리는 것은 과수원 주인만은 아니었다. 건너편 밀림에 사는 원숭이들도 간절하긴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첫 망고가 가지 끝에서 황금색을 빛내자 원숭이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과수원으로 몰려갔다. 신이 준 달콤한 과일을 놓고 인간과 원숭이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과수원 주인들은 원숭이가 망고 나무에 접근하는 즉시 돌을 던졌고, 곳곳에서 원숭이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머리에 피를 흘리는 원숭이도 있고, 망고를 움켜쥐고 달아나다가 돌에 맞고 추락하는 원숭이도 있었다.

이것이 4천 년 동안 망고 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되풀이되어 온 일이었다.




그리고 4천 년 만에 처음으로 이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밀림 속 원숭이들의 회의가 열렸다.

우두머리 원숭이가 말했다.

“더 이상 수모를 당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하누마(원숭이 형상을 한 신)의 후예들이고, 태초에 히말라야에서 약초를 가져다 인간들의 상처를 치료해 준 것도 우리들이다. 그런데 지금 처지를 보라. 인간의 조상인 우리가 망고 몇 개 따 먹는다고 돌팔매질을 당하지 않는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말해 보라.”

머리 좋은 원숭이 깔루가 제의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망고 나무를 갖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들의 방해 없이 마음껏 망고를 따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망고 나무가 망고 열매 안에 있는 씨앗에서 나온다고 들었다. 인간들은 그 씨앗을 땅속에 심으며, 거기서 망고 나무가 자란다고 한다. 과수원에서 망고를 하나 훔쳐다가 그 씨앗을 이곳에 심자. 그러면 우리는 망고 나무를 가질 수 있다.”

모두 흥분해 박수를 쳤다. 우두머리 원숭이가 말했다.

“방법은 그만큼 간단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불행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원숭이 역사상 최초로 우리 자신의 망고 나무를 갖게 될 것이다!”

가장 젊고 날쌘 원숭이가 망고 과수원으로 파견되었다. 그는 다른 원숭이들이 과수원 주인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사이 큰 망고 하나를 따서 나는 듯이 돌아왔다.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듯 원숭이들은 양지바른 땅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 망고 씨앗을 넣었다. 그런 다음에 공들여 흙을 덮고, 둥글게 모여 앉아 기다렸다.

반나절이 흘러도 나무가 솟아날 기미기 보이지 않았다. 원숭이들은 당황했다. 기대에 찬 만큼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지만 망고를 마음껏 따 먹을 희망에 그 정도의 기다림은 견딜 수 있었다.

하루가 지났으나 아무 소식이 없었다. 어린 원숭이들은 참을성을 잃고 돌아다녔다. 또다시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나도 흙은 잠잠했다. 어른 원숭이들도 가슴팍을 긁으며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잘못된 게 분명했다. 한 원숭이가 불평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과수원에는 망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여기서 아무 소득 없이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다니 어리석은 짓이야. 이러다 망고 철이 끝나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해. 돌멩이 몇 개 맞는 게 대수야? 삶이란 원래 그런 거야. 고통 속에서 맛보는 단맛이 진짜 달콤한 거라고.”

모두가 박수를 치자 우두머리 원숭이가 소리를 질렀다.

인내심을 가져야지! 원숭이들이 왜 이렇게 사는지 알아? 바로 인내심 부족 때문이야. 우리 자신의 망고 나무를 가지려면 적어도 5일은 기다려야 해.”

5일이 지나도 변화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한 원숭이가 화를 내며 말했다.

“이렇게 아무 소득 없이 닷새를 허비한 건 참을 수 없는 일이야. 무엇이 잘못됐는지 땅을 파 봐야겠어.”

모두 동의하에 흙이 도로 파헤쳐지고, 망고 씨앗이 꺼내졌으며, 이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우두머리 원숭이가 말했다.

“봐라. 어리석은 녀석들아! 닷새 만에 소원이 이루어질 순 없어. 망고 나무를 가지려는 꿈이 있고 망고 씨앗이 있지만, 원숭이들에겐 인내심이 없어. 그래서 수천 년 동안 과수원 주인이 못 된 거야. 적어도 열흘은 기다렸어야 해!”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원숭이들은 나무에서 나무로 건너뛰며 돌멩이들이 빗발치는 쾌락의 망고 과수원으로 행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 류시화] p 150~153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속상한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다가 그만 펑펑 울어버렸다.

친구가 말했다.

“어이, 친구! 내가 스무 살 때부터 너를 봐 왔잖아. 그런데 너는 모든 참 열심히 해. 그래서 너에게는 열심히 하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그냥 열심히만 하면 안 될까? 너는 늘 급하게 열심히 하거든.”




류시화 님의 책,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서 이 우화를 읽으며,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급하다’는 말, 어쩌면 인내심이 없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나는 늘 열심히 했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빨리 좌절했다. 그리고 포기했다.

그러니 결국 나는 망고 나무를 갖지 못한 원숭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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