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를 만나 서로 사랑하고, 푸른 잔디를 배부르게 먹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호랑 애벌레는 늘 생각했다.
‘먹고 자는 것 이외에 삶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야.’
그리던 중 수많은 애벌레들이 기를 쓰고 오르는 거대한 기둥을 발견했다.
호랑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와 함께 그 기둥을 오르기로 결심했다.
서로를 밟고 밟혀가며, 힘겹게 경쟁하며 오르는 이 꼭대기에는 분명 뭔가 있으리라 기대하며 열심히 기둥을 올랐다.
호랑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는 서로마저 밟고 올라가야 하자 서로를 미워하기도 했다.
노랑 애벌레는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고 다시 내려가자고 호랑 애벌레에게 말하지만, 호랑 애벌레는 하늘 높이 솟은 거대한 기둥 꼭대기에 있을 무엇인가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결국 노랑 애벌레는 내려가는 것을 선택하고 호랑 애벌레와 헤어졌다.
그렇게 기둥을 오르는 동안 만난,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애벌레들이 그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음을 말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쳇! 저들만 좋은 것을 보려고 거짓말하는 거야!”
그렇게 힘겹게 오른 기둥의 꼭대기에서 호랑 애벌레가 깨달은 것은 그곳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곳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잖아!”
“조용히 해, 이 바보야! 밑에 있는 녀석들이 다 듣겠어. 우린 지금 저들이 올라오고 싶어 하는 곳에 와있단 말이야. 여기가 바로 거기야!”
호랑 애벌레는 한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눈부신 날개를 가진 노란 나비 한 마리가 자유롭게 기둥을 맴돌며 나는 것을 보았다.
노란 나비가 자신에게 뭐라 말하는 것 같았지만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나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호랑 애벌레는 꼭대기에서 내려오며 저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우리는 나비가 될 수 있다’고 애벌레에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꼭대기에서 내려온 호랑 애벌레는 고치를 틀고 인내의 시간을 보낸 후 비로소 호랑나비가 되었다.
그리고 노랑나비를 다시 만났다.
* 이 글은 도서 [꽃들에게 희망을 - 트리나 플러스 作, 시공주니어]의 글과 그림을 축약하며 아주 조금 각색한 내용입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얼마 받을 생각이에요?”
“삼천 원?”
“10만 원을 벌려면 몇 잔을 팔아야 해요?”
“…… 서른네 잔.”
“하루에 서른네 명을 만나기가 쉬울 것 같아요?”
“…….”
“뭐, 장사가 잘돼서 그렇게 사람을 만난다 쳐요, 10만 원 벌면, 월세, 재료비, 운영비 빼고 나면, 내가 얼마 가지고 갈지, 그 얼마를 가지고 가려고 나는 얼마만큼 설거지하고 가게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지 생각해 봤어요?”
가게 자리를 계약한 후, 몇 년간 카페를 하다가 그즈음 장사를 접은 사람을 만났다.
조언을 구하자고 안면만 있을 뿐, 잘 알지도 못하는 분께 시간을 청했다.
첫마디가 ‘카페를 왜 해요?’로 시작된 여자의 말은 차갑다 못해 시렸다.
괜스레 마음만 상하고 돌아왔다. 어쨌든, 나는, 할 거니까.
여자의 말이 다 맞았다. 그걸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지인이었다면, 그래서 얼마간이라도 그녀가 일하는 것을 지켜봤다면 내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물음표가 던져졌다.
카페를 창업한 후, 지인과 함께 우리 가게에 온 손님이, 자기 친구가 카페 창업을 준비 중인데, 같아 한번 와도 되겠는지 물었다.
“네, 그러세요. 그런데, 저도 이제 겨우 3개월밖에 안 돼서…….”
며칠 후, 그 손님이 친구와 함께 왔다. 의욕이 충만한, 불과 3개월 전의 나와 마주 앉은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얼마 받을 생각이에요?”
그녀도 그날의 나처럼 유쾌하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어느 유명 연예인에게 당신의 아이가 연예인을 하겠다고 하면 시키겠냐 물었더니,
‘안 시킬 것 같아요.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 포기해야 하는 게 많은지 알아서…….’하고 대답했다.
내가 문예 창작과 수업을 들을 때, 소설가인 교수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글 쓰는 건 취미로만 하세요.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궁핍하고 힘들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교수 평가서에 나는 이렇게 썼다.
‘우리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인입니다. 꿈꾸는 것까지 막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하긴, 나도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의류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중, 방학에 실습하러 온 대학생에게 ‘지금부터 열심히 공무원 시험공부를 해 보는 건 어때?’하고 말한 적이 있다. 그걸 조언이라고…….
다들 기둥의 꼭대기에 와보니 별게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을게다.
내가 그렇게 말한 것도, 그들이 그렇게 말한 것도, 나처럼 힘들지 않기를, 나처럼 실패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었을 게다.
나는 사람은 분명 저마다 아름다운 날개를 지닌 존재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호랑 애벌레가 정말 그 기둥 꼭대기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내려온 일이 의미 없는 경쟁이었고 시간 낭비였을까?’, ‘저 꼭대기에 뭐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내내 아쉬워하느니,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해 보고 내려와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요리할 때, 단맛을 배가시키는 것은 한 꼬집의 소금이다.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성공이 어찌 풍부한 맛이 들 수 있을까?
만약 오늘, 그날의 내가 찾아와 조언을 구한다면, 나는 뭐라 말할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어쩐지 나는 이 모든 상황을 다 알고도 다시 카페를 창업할 것 같다.
그 실패의 경험도 결국 내 것이 되었으니까.
영화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에서
에세이 작가를 꿈꾸는 앤은 실수하게 될까 봐 두려워 못하겠다고 해리엇에게 고백한다.
해리엇은 그녀에게 말한다.
“네가 실수를 만드는 게 아니야. 실수가 너를 만드는 거지. 실수는 널 더 똑똑하게 하고, 널 더 강하게, 널 더 자립적으로 만들어. 실패해라. 실패해야 배울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