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너라면, -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 예측하지 못한 힘든 일이 있었다. 그건…….
나는 결혼을 좀 늦게 한 편이다.
“올해는 꼭 결혼해.”
요즘은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가르치기도 하지만, 그때는 사람들이 이런 인사를 덕담이랍시고 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던지는 한마디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결혼하고 나서, 누군가 ‘결혼해서 좋아?’하고 물으면, 내 대답은 늘 같았다.
“응, 너무 좋아.”
뭐가 그렇게 좋았냐면, 아무도 내게 ‘결혼하라’ 하지 않아서 좋았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렸을 때, 결혼이 늦었던 고모에게, 사촌 언니에게, 어른들이 하는 말을 따라 그런 덕담(?)을 했었다. 다들 그렇듯 악의는 없다. 다만 상대의 감정을 몰랐을 뿐이다.
나중에 알았다. 사람들은 그저 밥때 되어, “밥 먹었어?”하고 묻는 거였다. 그다지 걱정도, 관심도, 뜻도 없는 말들이 쌓여서 듣는 사람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줄도 모른 채.
가게를 오픈한 후, 주변 지인들은 이런저런 걱정을 해 주었다. ‘가게를 차릴 계획이었으면 나하고 먼저 상의하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냥 웃었지만, 아직도 이유가 궁금하다. “왜?”
L은 아침마다 누군가의 카페 창업 성공스토리를 링크 걸어 보내주었다. 처음에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의상 답신을 보냈다. 가뜩이나 안 해 본 일 때문에 몸이 아파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천근만근 한 몸을 겨우 세워 오전에는 대충 집안일을 하고 이른 점심을 먹고 가게로 나와야 했다. 그런 아침에 받는 이 문자는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처럼 하루의 시작을 지치게 했다.
“OO 동에 가면, 정말 좋은 카페가 있는데, 거길 한번 가봐. 시장조사를 좀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아?”
“결국 커피도 물맛이 좋아야 해. 수소 수 만드는 기계가 있다는데, 그걸 좀 사면 어때?”
“나는 커피 마실 때, 꼭 초콜릿을 한 조각 같이 먹어요. 커피를 주문하면 초콜릿을 한 조각 같이 주는 건 어때요? 이 카페의 시그니처가 될 수 있게.”
처음엔 그저 웃으며 ‘생각해 보겠습니다’ 했다.
사람들의 말이 하나하나 스트레스로 쌓이더니 정중히 요청하지 않은 조언을 거절할 수 있는 내공도 쌓인 모양이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 장사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가게에 자주 놀러 왔던 J는 졸업하고 카페를 창업했다. ★그램(SNS)을 보니, 너무 예쁜 카페와 날마다 구운 달달한 디저트 사진이 부지런히 올라왔다. J는 카페 창업에 관심이 있어서 대학 다닐 때도 일부러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역시 젊은 사람이 카페를 하니까 감각이 다르네, 카페는 저런 사람이 해야지. 멋지다.’
짬짬이 J의 ★그램(SNS)을 구경하며 생각하기도 했다.
어느 날 ★그램 DM으로 J가 안부 인사와 카페를 창업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나도 늦었지만 개업 축하 인사와 SNS로 보니 너무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 사장님, 제가 하는 쿠키가 지금 인기가 많아요. 그쪽 지인들이 왔다 갔는데 아직 그쪽에는 이런 쿠키 맛집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쿠키류를 만들어 도전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
- 나도 쿠키 만들어서 파는데 J 씨처럼 감각적이지 않아서 그런지, 주로 제 친구들이 사가요. 장사 잘된다니까 좋네요~^^
- 아무래도 그 동네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유행을 많이 타는 것 같아요 사장님도 하실 수 있어요. T.T 핫플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진짜 사장님 디저트 전부 다 맛있었거든요.
- ^^~ 감사. 쿠키 한번 배우러 가야겠네요.
오랜만에 나눈 반가운 인사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뒷맛이 씁쓸했다.
시시콜콜 설명할 수 없지만, J가 모르는 것이 있다. 나와 이 아가씨는 나이도, 체력도, 상황도 다르다. 나는 집에서 식구들 밥을 챙겨놓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집 정리를 하고 가게에 나와야 한다. (물론 남편이 많이 도와주지만, 남편에게 다 떠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게에서 매일 쿠키를 만들어 구우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동을 해야 하는데, 이만치도 나에겐 힘도 시간도 여력이 없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사람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는 이런 내가 장사를 못 하는 게 당연하다며 끌끌 혀를 찰지도 모를 일이고, 누군가는 그런 정신 상태로 무슨 장사를 하겠느냐며 나무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제 장사를 해 본 사람은 남의 장사에 섣부른 조언을 하지 않음을 누군가는 알지 못할 것이다.
학창 시절, 달달 외웠던 영어 문장 'if I were you, '는 가정법 과거, 현재 사실의 반대다.
‘내가 너’가 되려면, 나의 배경과 생각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추어야 ‘나’인 것이다. 그러니 보이는 상황 하나만을 딱 놓고 말하는 것은 ‘내’가 될 수 없지 않을까? 너는 내가 될 수 없으니'내가 너라면, '이라는 가정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장기를 두는 사람보다 훈수를 두는 사람 눈에 보이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분명 판을 불공정하거나 재미없게 몰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자신 있다면 부디 직접 도전하시길! 그렇지 않다면 요청하지 않은 조언일랑은 부디 삼켜주시길 바란다.
간혹 길고양이는 자신에게 밥을 챙겨주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로 선물을 한단다.
죽은 쥐나 비둘기 같은 것을.
고양이는 제 입장에서 분명 가장 좋은 것을 선물하지만, 받는 사람은?
고양이에게 선물을 받으면 절대 놀라거나 싫은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고 한다.
고양이가 실망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고양이의 마음까지 살핀대도, 고양이의 선물은 품을 수 없지 않을까?
나는 간혹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깊이 배려하지 않고, 딴에는 생각해서 던지는 조언들이 꼭 ‘고양이의 선물’ 같다.
이제 와 의미 없는 항변이지만 한 번쯤은 말하고 싶었다.
"내 장사에 대해 제일 고민하고 걱정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나는 정말 당신만큼 생각하지 않았고 당신만큼 고민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