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기가 없는 그녀

불편한 그녀 -3

by 수다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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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의 원래 직업은 의사였다.

그는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가 별로 없어 경영난을 겪게 되자, 생계를 위해 셜록 홈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소설 [주홍색 연구]를 쓴다.

셜록 홈스는 큰 인기를 얻게 되었고, 아서 코넌 도일은 의사 일을 그만두고 작품 집필에만 전념하게 되었다. 하지만 추리 소설을 밥벌이 정도로만 여겼던 도일은 셜록 홈스가 자신의 삶에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문학과는 점점 멀어지는 상황에 혐오감을 느낀다.

아내의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스위스에 체류하던 중, 그는 소설 [마지막 사건]에서 셜록 홈스를 죽인다.

독자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독자들은 도일에게 ‘제발 셜록 홈스를 살려 달라’ 편지를 보내 애원도 하고 협박도 했다.

고통받던 도일은 자신의 심정을 담아 어머니께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어머니께 답신을 받았다.

“그래, 아들아, 네가 많이 힘들구나. 그런데, 도일, 도대체 셜록 홈스는 왜 죽인 거니?”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 죽음 (베르나르 作) 참고-


도일은 결국 [셜록 홈스의 귀환]에서 명탐정을 부활시켰으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겠지만,

아서 코넌 도일은, 누구도 자신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올해 학부모 상담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오은영 박사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누구나 가능한 일이라면 오은영 박사의 명성은 존재하지 않았겠지?

전에 이 봉사 활동을 해 본 지인의 말을 들으니, 직접 청소년을 만나 상담하는 것은 아니고(학부모의 직접 상담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며) 집단 상담 지원이나 기타 도움 업무를 진행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교육청에서 자원봉사자에게 제공하는 교육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말도 보탰다.

관심과 필요에 의해 신청한 모임인지라 교육 내용도, 그곳 사람들에게도 기대가 됐다.


처음 교육 모임이 있던 날, 새로 선출된 회장의 진행으로 각자 자기소개를 하기로 했다.

둥글게 회의 테이블이 놓인 공간에서 한 방향으로 돌아가며 참석자들은 자신의 이름, 자녀의 학교와 학년을 얘기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 모임에 들어온 이유와 얻고자 하는 내용을 덧붙였다.

기존 봉사자들은 지금껏 이 모임을 통해 얻은 것에 대해 얘기도 했다.

그렇게 진행되어 내 옆 사람의 차례가 되었다.

“제가 좀 말이 많습니다. 좀 길게 하겠습니다.”

그녀는 유쾌한 어조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제 이름은 J에요. 우리 애가 12살 때부터 저랑 얘기를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뭐가 문제인가를 공부하고 싶어서 모임에 들어왔어요. 우리 애가 올해 대학교 4학년이거든요.”

J의 얘기에는 자신의 아이가 지방의 모 대학, 모 과에 다니고 있으며, 그 대학은 캠퍼스가 어마어마하게 넓고, 보통 대학 근방의 원룸들은 1년 단위로 계약한다는 등의 많은 곁가지가 붙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그 학교 근방 원룸의 계약 방식 때문에, 6개월 후 졸업 예정인 딸은 방을 구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친구 중에 투룸을 혼자 쓰는 애가 있어서 방값을 같이 내고 6개월만 같이 지내도 될지 물었더니 그 친구가 괜찮다고 했단다. 그래서 엄마인 자신의 의견을 물으려 전화했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괜찮다고 했으면 엄마는 상관없지’했어요. 그랬더니 우리 애가 그러더라고요. ‘엄마, 근데, 그 애가 남자야’.”

그제야 이야기를 듣던 20여 명 사람이 ‘아, 아이가 딸이었어요?’ 했다. 그때까지 J는 많은 얘기를 했지만 정작 자신 아이의 성별은 말속에서 유추해야 했다.

어찌 됐든 사람들은 J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J에게 전해 들은 딸과의 통화 내용은 이랬다.

“너 나중에 남자 친구나 결혼할 사람에게 그 친구랑 동거했다고 말할 수 있어?”

“그걸 말해야 해?”

“그럼 말해야지. 나중에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알게 되면 오히려 더 문제가 될 수도 있잖아.”

“흠, 그럼 이 친구랑 같이 사는 거 좀 그런가?”

“말 못 할 이유가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같은 방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잠시 같은 집에 사는 것뿐인데…….”

“그런데 나중에 결혼할 사람에게 말 못 할 이유가 있어?”

“어, 엄마. 말 못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아. 사실 뭐 남자애들은 모텔도 다니고 더한 짓도 많이 하는데, 내가 왜?”

배우가 되어 딸과의 통화 내용을 연기하듯 들려준 J는 말을 이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까, ‘아 우리 애가 이제 나랑 이렇게 대화를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가 바뀌어서?”

J가 던진 질문에 사람들은 “내가 바뀌어서.”하고 호응해 주었다.

“그리고 또 누가 바뀌어서? 우리 아이가 바뀌어서.”

J가 자문자답했다.

“어떻게?”

바로 이어 던진 질문에 몇몇 사람들은 또 호응하려 대답을 던졌다.

“이 모임을 통해서!”

“물론 그것도 있지만, 제가 나름대로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J가 의도한 답이 추가로 더 존재했다면 J는 애당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맞출 수 없는 문제를 냈던 것이다.

그렇게 자기소개를 끝내고, 회장은 돌아가며 이 모임을 통해 기대하는 것과 꼭 배우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얘기해 보자 했다.

내 옆자리에 앉은 J부터 발언이 시작되었다. 기존에 활동했던 분들은 경험을 토대로 좋았던 수업을 다시 듣고 싶다고 말했고, 나를 비롯한 신입 회원들은 각자 생각하는 것을 말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내용은 ‘아동, 청소년 심리 교육이나 성교육을 받고 싶다’였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었고 나 역시 청소년 심리를 좀 더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J가 앞에 놓인 마이크의 스위치를 켰다.

“아니, 가만히 들어보니까 왜 청소년이나 아동을 알려고 합니까? 나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나와의 관계를 개선돼야 타인과의 관계가 개선되는 거예요. 그게 청소년이든 아동이든. 성도 그래요. 우리 자신의 성을 알아야 아이들에게도 말해줄 수 있는 거예요. 청소년, 아동의 성을 배워야 하는 게 아니라.”

신입 회원 중의 한 명이 J에게 물었다.

“예를 들면요, 우리 어렸을 때는 정말 텔레비전에서 뽀뽀하는 것만 나와도 부끄러워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텔레비전에서도 키스하는 모습이 나오잖아요. 우리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어느 날 저에게 '엄마, 고개를 좀 이렇게 해봐' 하더라고요. 뭐 하려고 그러나 싶어 하라는 대로 해줬는데 키스하듯 제 입술을 맞추더라고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어요.”

J는 여전히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때 기분이 어땠어요?”

“당황스러웠지요.”

“그럼 아이에게 그렇게 말해주면 되지요. 당황스럽다고. 나 같으면 ‘으음, 이렇게 적극적이면 엄마가 좀 부끄럽다.’ 할 거예요.”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니까요. 그렇게 말해주면 된다는 걸 모르니까, 그렇게 말해주면 된다는 걸 배우고 싶은 거죠.”

몇몇 사람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하지만 J는 조율의 의지가 없어 보였다.

“그걸 왜 몰라요? 어머님들이 생각하시는 걸 말씀하시면 되는 거지요. 그걸 배워야 하는 거예요?”

더는 J에게 내 생각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저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가 엄마와 얘기하지 않았구나.’

그러는 사이 회장은 서둘러 모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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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데, 그건 하나를 가지고 열을 판단하는 것이니 분명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나는 하나를 보니 나머지를 알고 싶지 않은 순간을 경험했다.


굳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를 첨언하자면, 나 역시, 누군가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내 생각을 강하게 주장했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분명 그랬다.

잘 알지도 못하는 J를 욕보이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저 앞으로는 내가 싫었던 누군가의 모습을 나도 타인에게 보이지 않으려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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