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개구리

by 수다하리

토끼들은 늘 맹수에게 잡아먹힐까 봐 두려웠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불안한 삶에 지친 그들은 함께 모여 신세 한탄을 했다.

“이렇게 살 바에는 그냥 죽는 게 낫겠어.”

한 토끼의 말에 모두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토끼들은 함께 호수로 가서 빠져 죽자고 결심했다.

그들은 모두 비장한 결의로 호수로 향해 갔다

토끼들이 호수에 도착했을 때, 물가에 앉아있던 개구리들이 잔뜩 겁을 먹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모습을 본 토끼 한 마리가 호수로 들어서려는 토끼들을 다급히 막아섰다.

“다들 멈춰! 저 개구리들 좀 봐. 우리를 두려워하잖아. 저 불쌍한 개구리들도 사는데, 우리가 죽을 이유가 없어!”

저들보다 약한 개구리들을 본 토끼들은 마음을 고쳐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기원전 500년경, 이솝은 이 우화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깨우침을 주고 싶었을까?

세상에는 우리보다 약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있으니, 높은 곳만 보지 말고, 낮은 곳을 보며 위로받으라고 말해주고 싶었을 게다.

문득, 뜻하지 않게 토끼에게 위로를 준 개구리의 입장이 궁금하다.












H의 딸에게는 장애가 있다.

올해 8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장애등급 재판정을 받았는데, 최고 등급인 ‘심한 장애’를 받았다고 했다. 알고 있었지만, 문서로 확인받으니 서글퍼서 그날은 정말 서럽게 울었단다.

그즈음 H는 각자 살기 바쁘다 보니, 결혼할 때 보고 못 만났던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단다.

“그 친구가 저를 만나서 대성통곡하더라고요. 제가 장애아 낳고,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걸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프다나요. 제가 저희 신랑과 만날 때 끝까지 말리지 못한 게 미안하대요.”

H가 어떤 마음으로 친구의 말을 들었는지 짐작할 수 없었던 나는 말끝을 흐렸다.

“그건 해도 내가 하는 생각이지, 누군가 대신해 주는 건…….”

H가 말을 이었다.

“기분 나빴어요. 나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우리 남편 괜찮은데, 왜 네가 나의 행복과 불행을 판단하냐 묻고 싶었어요.”


예전 다녔던 회사에서는 매년 5월이면,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과 소풍을 나가는 행사를 진행했다. 개인 사정으로 나는 참여할 수가 없었다. 우리 부서 부장은 초등학생인 자녀들과 함께 그 행사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을 보탰다.

“그런 곳에 우리 애들을 데리고 가서 가르쳐 줘야지. 너는 이렇게 건강하게 태어난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야 한다고.”

모난 돌 같았던 나는 순간 말을 참지 못했다.

“그건 아니죠. 그 사람들이 우리보다 조금 불편할 뿐이지,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가르쳐야죠.”

부장에게 행사에 참여도 못 하는 주제에 가르치려 드는 후배의 말투가 고울 리 만무했다.

몇 마디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고 대화는 끝이 났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불편한 누군가를 보며, 내가, 우리 아이가 사지 육신 멀쩡하게 태어난 것에 감사했다. 나도 불행한 일을 겪은 누군가를 보며,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가슴을 쓸었다.

어쩌면 개구리는 물가에서 여유로이 일광욕을 즐기다가 때마침 수영하러 물속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어떻게든 살아갈 힘이 필요했던 토끼가 ‘우리보다 약한 개구리도 사는데…….’라며 억지스러운 이유를 찾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을 본 개구리가 ‘그렇게라도 토끼가 행복해졌다면 그걸로 됐지 뭐!’라고 배포 크게 웃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솝의 가르침으로부터 약 3,0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제 우리는 그때와 다른 것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제야 나는 섣부르게 누군가의 행불행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더불어 지금의 나의 삶이 누군가의 불행과 불편을 딛어야만 일어설 만큼, 그 정도로 가치 없지 않기를, 내 삶의 행복은 오롯이 나에게서 비롯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금은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