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사람은 다 별로야 - 전편 -
올해 ‘청소년 심리상담을 공부하는 모임’에서 몰랐던 방법들을 맛보았다.
(배웠다고 하기엔 부족하니, ‘맛보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깊이 있고,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상담 방법을 접해봤다.
추석 전, 푸드테라피 수업이 있었다. 강사는 각자가 선택한 동그란 접시에, 준비된 스틱 과자, 귤, 후르츠링 시리얼로 생각하는 추석을 표현해 보고, 그 의미를 서로에게 얘기하라고 했다. 그리고 난 후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주문했다.
나에게 추석은 가족이 모이는 날이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다 모여봐야 일곱 명인 우리 가족을 둥지로 모여든 새로 표현했다.
내 설명을 다 들은 후 S가 말했다.
“지난 수업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선생님은 정말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이렇게 공간이 많은데, 꼭 이렇게 한쪽 면에만 몰아서 꾸미네요. 좀 갑갑해 보여요.”
듣고 보니 그랬다.
이것이 완벽하게 나를 투영한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나는 우리 가족을 내 사고의 틀에 몰아넣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보았다.
다음 사람의 접시는 귤 조각이 둥글게 놓여있고 막대 과자가 가운데 후르츠링 시리얼을 향해서 모여있다. 그 사람이 생각하는 추석은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함께 맛있는 것을 먹는 날이라고 했다.
S는 ‘선생님 집은 정말 깔끔할 것 같아요. 뭐 흐트러지는 꼴을 잘 못 보죠?’라며 유쾌한 톤으로 물었다. 그 사람은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뭔가를 놓을 때 꼭 대칭되도록 놓는 사람들은 성격이 그렇더라고요.”하며 막대 과자를 하나 살짝 건드려 위치를 흩트리며, “봐라. 내가 만약 이걸 이렇게 놓으면,”하더니. 다시 막대 과자를 원래 자리로 옮겨놓고는 말을 이었다. “그러면 다시 이렇게 제 자리로 가져다 놓을걸요. 왜냐면, 못 견디거든요.”
그 사람은 S의 말이 맞다며 웃었다.
다음은 S의 차례였다. S의 접시에는 귤 바퀴가 달린 자동차가 있었고, 그 위에 커다란 귤이 떠 있었다. 보름달이 뜬 날, 이동하는 자동차일 거로 생각했다.
“제가 외며느리예요. 이제껏 견뎌왔는데, 얼마 전 시어머니의 부당한 대우에 화가 나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남편만 시댁에 보내고, 아이들과 함께 차 타고 여행 갈 생각이에요. 그래도 차례상을 차려야 하나 하는 심적 부담이 30%쯤 있어서 이걸 놓은 거예요.”
S는 달처럼 크게 뜬 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게 결심하셨으면 이걸 빼세요.”
나는 S 접시에서 귤을 들어 옆으로 살짝 내려놓았다.
“어! 남의 작품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요!”
때마침 참관하던 강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순간 놀라 ‘죄송합니다.’하며 그 귤을 제자리에 놓았다.
강사는 “남의 작품을 보고 의견을 줘서, 옮기더라고 작품 주인이 직접 옮기게 하는 거예요.”하고 말을 덧붙였다. 나는 그 상황이 못내 창피했다.
“얘기 듣고 보니 그러네요. 에잇! 이걸 바로 치워버려야겠다.”
나를 배려해서인지, S는 귤을 다시 접시 밖으로 내려놓았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내가 의견을 내서 다른 사람이 고치는 건 상관없지만, 내가 직접 고쳐주는 건 절대 안 돼요. 내담자에게 그렇게 하면 정말 싫어해요”
강사는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몰랐습니다.”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낯 뜨거웠다. 면구스럽지만 기분 상했다.
굳이 변명하자면, 정말 몰랐고, 귤을 제자리로 충분히 되돌릴 수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옆에 있던 다른 분이 내 기분을 느꼈는지, “우리 다 몰랐잖아요. 그러면서 배우는 거죠.‘ 하며 내 팔을 토닥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