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는 다년간 다양한 심리상담 교육을 받았고,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일선 학교에서 청소년 상담을 하고 있다고 했다.
S는 4절 도화지를 사 등분하여, 한 사람은 선을 그리고, 파트너는 그 선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라는 주문을 했다. 나와 파트너는 강사의 요구에 따라 선을 그리고, 그 선을 연결해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림은 그저 말문을 열리게 하는 열쇠일 뿐이다. 우리의 대화는 그림을 시작으로 그림과 상관없는 얘기까지 곧잘 이어졌다. 그날 처음 대화를 나눴음에도 어색하지 않았다.
내가 그린 곡선을 이용하여 파트너는 동물 얼굴을 그렸다.
“이건 토끼인가요, 쥐인가요?” 하고 물으니, “토끼예요”한다.
“그럼 귀를 더 크게 그려야지요.”
찰나의 순간, 나는 파트너가 그린 그림 위로 귀를 크게 그리고 있었다.
'이런!' 그리고 동시에, ‘아! 내가 미쳤구나’하고 자책했다.
딸아이가 나에게, ‘엄마는 뭐든 틀렸다고 생각하는 걸 그냥 못 넘어가. 꼭 고쳐주려고 해’하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너니까 그래. 딸이니까’하고 말했는데, 그게 내 성향이었나 보다.
그걸 깨닫는 순간이었고. 나조차도 적잖은 충격이었다.
“죄송해요.” 내가 바로 사과하자, 파트너는 ‘아니에요. 저도 토끼인지, 쥐인지 헷갈린다고 생각했어요’한다.
“진짜 죄송해요. 아무리 그래도 그림에 손대는 건 아닌데.”
“진짜 괜찮아요.”
그녀는 손사래 치며, 오히려 미안해하는 나를 다독였다. 그녀의 이해로 우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S는 파트너와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인상적인 부분이 있으면 공유하자고 했다.
우리는 토끼를 매개로 좋은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 이야기 전달에 앞서, 나는 내가 어떤 실수를 했고, 무엇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다행히 파트너의 이해로 어떤 대화를 이어갔다고 얘기했다.
내 얘기가 끝나자 S는 ‘선생님, 지난번에도 제 접시에 손댔잖아요?’ 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실망스럽게도 정말 나왔다.
“선생님 딴에는 도움을 주려는 애정이고, 좋은 마음인 거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거 정말 실례예요.” 한다.
“그리고요 선생님,” 거기서 끝났어도 충분했으련만, S는 말을 보태며 미간을 찌푸렸다. “상담할 때 그러면, 학생들이 정말 싫어해요”
그 순간 나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러고는 지금이 코로나 시국이어서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있는 것에 감사했다.
분명 나는 (잘못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실수를 했다. 하지만 내가 실토하지 않았다면, S는 몰랐을 상황이었다.
S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굳이 깨닫고 반성하는 상황에, ‘너 예전에도 그러더니, 또 그러는구나? 너 이러는 거 사람들이 진짜 싫어해’하고 말하는 선생님을 학생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