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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씨 Jan 10. 2023

책이라는 이상한 시장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을까? 3


한 권의 베스트셀러가 10만 부씩 팔리는 사회보다도, 열 권의 책이 1만 부씩 팔리는 사회가 좋다고 본다. -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고요서사 차경희 대표의 인터뷰 중



2016년에 나온 이 책에서 9개월 차로 소개된 이 서점은 지금 아마도 7년 차의 노련한 1세대 독립서점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1년 5개월 차 서점으로 소개되었던 모 서점은 세운상가 한 켠에서 ‘이백에 이십’이라는 보증금과 월세를 2년여간 감당하고 문을 닫은 걸로 기억한다. 그밖에 몇몇 서점은 유지, 대부분의 서점이 문을 닫았다.

서점을 하고 싶어 하는 내게 이 책을 선물한 남편은 이 책 제목이 던지는 질문에 아마 부정적인 답을 유추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당장 이 책에 실린 서점들이 6년 여가 지난 현재 절반 정도는 문을 닫고 나머지는 근근히 유지한다면 자본주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책 팔아서는 먹고살 수 ‘없다‘가 답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내 손에 있는 이 책은 2016년 1쇄를 찍은 이후 현재까지 4쇄를 기록하여 (이 책을 선물 받은) 2022년까지도 이렇게 독자를 만나고 있다. 참으로 자본주의가 통하지 않는 시장이다. 아니, 시장이긴 한 걸까?


그래서인지 서점 ’사장‘이란 말보다는 서점 ‘주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정말이지 주인의식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말하자면 ‘책’과 ‘책 문화’에 대한 주인의식 말이지. 읽는 사람, 쓰는 사람, 파는 사람, 그 안의 내용물 모두에 대한.


1권의 책이 10만 부 팔리는 것보다도, 10권의 책이 1만 부씩 팔리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던 해방촌 ‘고요서사’ 서점 주인의 인터뷰처럼 나도 1개의 서점이 하루 1천 권의 책을 팔기보다 10개의 서점이 하루 100권의 책을 팔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여기는 경쟁도 독점도 아닌 다중우주의 시장이어야 맞다. 모두가 모두를 위해 팽팽하게 연결되어 살아남아주어야 한다. 책이라는 이름의 중력으로 단단하게 묶여야 한다.

하지만 나도 안다. 실상은 하루에 10권도 쉽지 않은 서점이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서점은 계속 늘어나고, 서점 창업 강의를 듣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이 이상한 시장에 주인이 되고 싶다니 나도 그들도 참 이상한 사람이다.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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