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의 아침 노트 7
2023.05.31.
며칠 일상이 고요했다. 아니, 꼭 그렇진 않다. 거의 2년 만에 친구를 다시 만났고, (전날 밤 설레어 잠을 거의 못 잤다.) 새로 시작되는 아이의 생존수영 준비로 정신이 없었고. 가족사진 촬영 예약도 해야 했다.
분명 꽤나 정신이 없었던 며칠이었는데도 ‘고요했다’라고 표현되는 건 왜일까. 어째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느끼는 걸까. 오늘 병원에 가면 이 느낌에 대해 이야기해 봐야겠다. 내 추측으론 약의 작용, 혹은 부작용인지도 모른다. 일상의 출렁임에도 마음의 들고 남이 적은 상태. 그것은 내가 바라는 상태임에도 나는 이마저 걱정한다. 낯선 상태라서. (아마 가장 큰 요인은 현재 큰 작업들이 끝나거나 소강상태여서일 것이다. 또 <오늘의 밥값> 다음으로 낼 책의 편집을 거의 다 마쳤고...)
어제 별 내용이 없이 브런치에 글을 올렸는데 평소보다 반응이 좋았다. 그것 때문에 조금 마음이 일렁였다. 나는 마음의 고요함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꼭 멈춰있고 싶지는 않다. 일상의 사소한 떨림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는 뜻이다. 고요하지만 고여있지 않은 어딘가에 있길 바란다.
실은 요 근래 글에 대한 반응이 기대보다 못해서 의기소침했었다. 결국 고요한 건 며칠 글을 쓰지 않아서이고, 그걸 깨운 건 글이란 말인가? 글을 써서 나를 깨운다. 글을 써서 나를(내 마음을) 잠재우는 일만큼이나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이렇게 다시 노트를 열어 글을 적는다. 오늘의 나를 깨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