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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씨 Jul 06. 2023

우리는 모두 패터슨이다


영화 <패터슨>의 주인공 ‘패터슨’은 ‘패터슨’이라는 평범한 마을의 평범한 버스 기사이다. 패터슨의 취미는 성냥을 모으는 것과 시를 쓰는 일. 작은 수첩에 손으로 쓰는 시를 그는 따로 복사해두지도 않고 오롯이 간직만 한다. 나중에 일어날 참사(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심각한’ 사건일지 모르는)는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하시라.


패터슨 마을의 패터슨이 보내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영화는 내내 무심히 따라간다. 하지만 누구라도, 지루한 영화를 보기 힘들어하는 관객일지라도 그가 쓰는 시의 뜨거운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마지 자신이 모으는 네모난 성냥갑 속에 얌전히 누운 성냥들처럼 타오르기를 거부한 듯, 혹은 타오를 때를 기다리는 듯 그렇게 살아간다. 나는 그 모습이 몹시 아름다워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아름답다, 산다는 건. 네모 안에 갇혀 성냥처럼 누워 있더라도 언젠간 타오를 날을 기다리는 일은. 우리는 하나하나 아름다운 성냥들이다. 우리는 모두 패터슨이다.


카페에 앉아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가 며칠 전 설거지를 하며 틀어놓은 영화 <패터슨> 생각으로 이어졌다. 평범한 오늘, 평범한 나, 평범한 우리들이 성냥갑 속에 누워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퍽 슬프고 아름답다는 느낌. 그런 오늘을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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