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당 일기 30 / 우리는 각자의 마당을 가지고 있다
- 어쩌다 마당일기 잘 받았다. 고맙데이!!
마당에 이름 모를 산새는 "쇠박새" 같은데?
고모부께 문자를 받았다. 평소 ‘엄근진’ 하신 분이 문자를 다 보내주셔서 잠시 감동하고는 ‘쇠박새’를 검색해 보니 맞는 듯하다.
우리 집에서 자주 보는, 참새 사이즈에 물까치와 비슷한 색과 무늬를 띈 텃새들. 참새 과라 참새와 덩치가 비슷했구나. 하나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번에 새로 출간한 책 <어쩌다 마당 일기>에 이 새의 이름을 모른다고 적었는데, 만약 책이 잘 팔려 2쇄를 찍게 된다면 쇠박새인 것을 알게 되었다고 덧붙여야겠다. (2쇄를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
요즘 우리 집 마당에는 새로운 동물 가족이 살고 있다. 아기고양이 한 마리와, 그와 똑 닮은 엄마 고양이와, 나무 아래 숨어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 아빠(로 추정되는) 고양이. 그동안 많은 길냥씨들이 다녀갔지만 가족은 처음이다. 아기 고양이라니. 전생에 내가 무슨 복을 지었나. 아기 고양이가 꼬물거리며 담벼락을 오르려고 애쓰는 모습이나, 나비를 앞발로 쫓는 모습을 보면 순식간에 행복해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 고양이는 엄마가 아니고 누나 쯤으로 보일 정도로 체구가 작은데, 아기 고양이를 연신 핥고 또 핥는 걸로 보아 엄마일 것이라 추정해본다. 저 작은 몸으로 어떻게 아기를 낳고 돌보는지 참으로 대견하다.
사실 나는 요즘 게으른 마당 관리자이다. <어쩌다 마당 일기>를 출간하여 예약구매 독자와 여러 서점에 열심히 나르고 있지만, 정작 내 마당은 내버려둔 채여서 점차 정글이 되어가는 중이다. 한때 배추와 고추를 키워내던 밭은 하얀 개망초(흔히 계란꽃으로 불린다.) 밭이 되었다. 내가 심은 토마토와 허브와 상추들은 이미 들풀들에 파묻힌지 오래다. 장마까지 와버린데다, 혹시나 뱀이 나오지 않을까 무서워서 좀처럼 마당을 밟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당을 돌보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팔려니 살짝 민망스럽다. 누가 책 보고 궁금해서 우리 마당을 보러 오면 어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책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우리는 각자의 마당을 가지고 있다. 자신만의 사이즈에 맞는 마당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돌보면 된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역시나 나에게도 적용하자면, 나 또한 나의 에너지가 허락하는 만큼 나의 마당을 돌볼 수 있을 뿐이다. 지금의 나는 고양이 가족에게 밥과 물이 끊이지 않도록 해주고, 개구리나 지렁이들이 지나가면 밟지 않도록 조심해주고, 그러면서 이 여름을 무사히 살아내는 것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한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삶이 아닌 진짜 삶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지역에 호우 경보가 내려 자꾸만 알림 문자가 온다. 굵어지는 빗소리에 잠 못 드는 밤이 될지 모르겠다. 오늘, 그리고 요 며칠 폭염 속에 생을 다한 노동자들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안타깝고 아까운 생이라 어떻게 애도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 이상 이렇게 보내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모쪼록 자신만의 마당에서, 모두 이 여름을 무사히 살아내길. 고양이 가족도, 새들도, 나의 이웃들도. 기어이 살아내길. 응원해 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