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노래를 들려줄래요?
여름이면 최정윤의 <사라져>를 하염없이 듣는다. 어쩐지 여름 냄새가 나는 목소리라서일까.
이 노래는 한 때 누구보다 가까웠던(그렇게 믿었던) 친구의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곡이다. 나는 그와 멀어지고 한참이나 이 노래를 듣지 못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고맙다. 이 노래를 알려줘서.
비 오는 여름날에는 알레프의 <창문>을 듣는다. 비가 올락 말락 하는 흐린 날에도 어울린다. 이 노래는 몇 년 전 여름 지금처럼 통영 바닷가 마을로 나 홀로 여행을 갔을 때 알게 되었다. 그날따라 비가 제법 왔고, 나는 게스트하우스의 1층 카페에 앉아 노트를 끄적이고 있었는데, 그때 이 노래가 나왔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노래 제목을 물어보고, 그 뒤로 비만 오면 이 노래를 듣는다. 저작권 문제로 가사를 적지는 않을 테니 다들 한 번 들어봤으면 좋겠다.
8월 중순이 지난 즈음에는 아침마다 아이유의 <가을 아침>을 플레이한다. 선선함을 빨리 맞이하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평소 꼭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닐 텐데도, 이 노래를 들을 즈음이면 ’가을 아침은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 된다.
헤르쯔 아날로그의 <여름밤>은 2년 전엔가, 상담을 받고 나오는데 건물 1층 휴대폰 매장에서 흘러나왔다. 제목과 가사를 찾아본 뒤, 여름뿐만이 아니라 모든 계절 밤에 잠들기 전 듣는 음악이 되었다.
여름에는 캠핑을 잘 가지 않지만, 가게 된다면 밤에는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와 함께 보낸다. 노래 속 풀벌레 소리가 노래 속인지 실제인지 알 수 없는 시공간의 비틀림.
이 노래들을 빼놓고 나는 여름을 보낼 수 없다.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다. 이 기쁨을 나 혼자 누리기 아까워서 오늘은 이렇게 나의 여름 노래들을 공개해 본다. 여름을 좋아하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노래들을.
그러니 당신은 내게 어떤 노래를 들려줄래요? 당신의 여름 노래가 궁금한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