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하늘이 새파랗다. 서늘한 공기가 콧구멍을 간지럽혀 몇 번 재채기를 하고는 현관문을 열었다. 잡초 무성한 마당으로 내려앉는 햇살의 폭이 넓어졌다. 계절에 따라 해 뜨는 높이가 달라져 생기는 변화다. 이제는 어둡던 안방 창으로도 한 조각 아침해가 들어온다.
요즘 마당에서 눈에 띄는 녀석은 단연 부추꽃이다. 담벼락 아래, 잡초밭 사이를 비집고 기어이 꽃을 피웠다. 봄이면 가장 먼저 땅을 뚫고 올라오는 부추가, 그 여름을 버티고 쉼 없이 자라 가을을 알린다. 이맘때 마당에 보이는 꽃으로 나팔꽃도 있고 황화코스모스도 있지만 나는 자꾸 부추꽃에 눈이 간다. 작고 가녀린 흰 꽃 여러 개를 아슬아슬하게 매달고 있는데 그 별무리 같은 모습이 아련하다.
아침, 저녁 일교차가 커서 낮이면 한여름 더위에 다시 에어컨을 찾게 된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다가 금세 가을이 어디론가 가버릴 것만 같다. 최대한 부여잡고 싶은데. 파란 하늘과 초록 마당이 그려내는 화음을 조금만 더 누리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오늘은 햇살 내리쬐는 담벼락 아래 부추꽃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오랜만에 찍는 꽃 사진이다.
가을을 좋아하는지 몰랐다가, 가을이 되면 꼭 알게 된다. 나는 이맘때가 말할 수 없이 좋다. 이 짧은 만남이, 모든 풀들이 씨앗과 열매를 준비하는 이 계절이. 눈물이 나도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