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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씨 Sep 21. 2023

거절


오늘 큰맘 먹고 제안한 일을 거절당했다. 지난 몇 년간 숱하게 거절을 행해온 내가 이만한 거절에 살짝 낯 뜨거워지고 무릎이 꺾여버렸다. 거절의 이유가 너무 명확하고 와닿았기 때문에.


나는 그동안 아프다는 이유로, 마음에 여유가 없거나 몸에 에너지가 없다는 이유로, 혹은 그마저도 설명할 여력이 없어서 대충 둘러대며 거절해 왔다. 찝찝한 거절이었다. 어느 누구도 성장시키지 못하는 거절이었다. 오늘 내가 받은 정교한 거절은 뭔가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단단한 사람만이 단단하고 정교한 거절을 할 수 있다. 거절받는 사람이 깔끔하게 포기하고도 개운할 수 있는 그런 거절.


다시 힘차게 다음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거절해 줘서 감사하다. 정신이 또렷해지는 거절을 선사해 줘서. 눈앞이 매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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