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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씨 Oct 07. 2023

나는 질투가 많은 사람이다

쓰기의 힘이 나를 살게 할 것이다


나는 질투가 많은 사람이다.


위의 첫 문장을 쓰고 다음 문장을 이어가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요즘 밤마다 잠이 너무 와서 일찍 자버리는 통에 한동안 취침약을 먹지 않았다. 먹지 않아도 괜찮아서 이대로 약을 끊게 되는 것은 아닐까 기대해 본다.


인스타그램을 뒤져보니 지난 2월부터 약을 먹기 시작했다. 장장 8개월의 시간이었다. 그 사이 내 이름으로 된 두 권의 책을 만들었고, 나는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 서귤 작가의 <책 낸 자>를 보며 부러워 울던 이전과는 다르다.


책을 내기 전과 후의 삶은 완전히 다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선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다. 세상에 내 책이 있고 몇몇 서점들에서 한 달에 두세 권 정도는 팔리고 있고 가끔 페스티벌 같은 곳에 책을 팔러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완전히 다른 점이다. 하지만 판매량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렇다 할 명성이나 경제적인 효과는 없다는 점에서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도 책을 만들 때 들어갔던 자본금 회수를 다 하지 못했다.)


그 다르기도 하고 달라지지 않기도 한 지점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곤 한다. ‘왜 책이 더 팔리지 않지? 이렇게나 예쁘고 좋은데.’ 아침이면 이런 생각을 하고, ‘와, 세상에 예쁘고 세련되고 좋은 책이 이렇게나 많구나. 내 책이 보이지 않을 만 하구나.’ 밤이면 이런 생각을 하며 좌절하는 것이다.


어제는 지인이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알려왔다. 생활적이고 재미있고 통찰력 있는 글이라고 생각하며 좋게 읽었다. 얼마 뒤, 그 글의 조회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왜인지 약간 뾰로통한 마음이 들었다. 글을 쓴 지 거의 3년 정도 된 나의 전체 조회수보다 그의 한 회분 글의 조회수가 더 많다니. 글 한 편 올리면 겨우 두 자릿수 간신히 받는 하트(좋아요) 개수를 세며 혼자 즐거워하던 내 모습이 어쩐지 처연해 보인다.


나는 질투가 많은 사람이다. 약을 먹기 전이나 후나, 책을 내기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것이 없다. 주변에서 나의 알량한 재주나 책 낸 경험을 부러워하는 소리들을 듣곤 하지만 그걸로 내 자존감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나의 단계는 어디에 있는 걸까. 현실에 존재하기나 한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어쩔 수 없이 소심하고 소박한 사람이라서, 대단한 명성이나 남들 눈에 띌 만큼의 성공은 역시나 부담스럽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내 책이 잊히지 않고 매일 까지는 아니더라도 며칠에 한 권씩은 계속해서 팔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책을 낸 자본금을 회수하고 나면 다음 책을 또 낼 만큼의 경제력과 책을 낼 만 한 좋은 글이 쌓여있길 바란다. 그러려면 나는 계속해서 간간이 들어오는 디자인 작업을 붙들어 돈을 벌고, 에너지가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글을 써야 한다. 다행히 아직 나를 찾아주는 이가 있어서 돈을 벌 수 있고 나는 글 쓰는 행위를, 내 글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나의 상태, 이 컨디션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나는 무척 자랑스럽고 좋다.


어제, 영풍문고 두 개 지점에 한 달 동안 <독립출판물 기획전>으로 팔려나가 있던 나의 책들이 반품돼서 돌아왔다. 한 곳에서는 아예 팔리지 않았고, 한 곳에서는 한 권 팔렸던 모양이다. 그래도 나머지 네 개 지점에서는 반품이 안 들어온 걸 보면 그곳에 있던 책들은 주인을 만난 걸까. 작지 않은 비용을 들여 참가했던 만큼, 기대한 성과는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이런 경험조차 내 책이 있기에 가능했던 만큼 소중하고 따듯하다. 나에겐 책이 있다. 또 언제든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만하면 부자가 아닌가.


그러니까 습관 같은 질투심은 고이 접어 뒷주머니에 넣어두고 오늘을 살자. 늘 곁에 있는 나의 사람들과 나를 응원해 주는 이들, 어딘가에 있을 독자들과 앞으로 만날 독자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쓰자. 쓰기의 힘이 나를 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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