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읽다가 혼자 마음이 삐뚤어졌다.
비혼과 비출산을 긍정하고 축복하는 것이 기혼과 기출산을 불행으로 낙인찍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의 자격지심일까?
사실 양자 간에 대립해야 할 이유도, 특별한 상관관계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이런 삶, 저런 삶이 있을 뿐일 텐데.
아무튼 나는 누군가를 돌볼 준비가 된 사람이라서, 혹은 그런 게 행복해서라거나 그런 쪽에 취향이나 재능이나 자격이 있어서 이런 삶을 살게 된 것이 아니다. 그저 우연일지라도 나에게 온 생명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뿐. 이런 나의 삶도 축복받아 마땅하지 않을는지?
유기동물/반려동물을 돌보는 것보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돌보는 일에 더 칭찬이 인색한(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인 것 또한 반페미니즘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지 않을 자유만큼이나 아이를 키우는 자에 대한 축복과 지지도 중요하다고 괜히 하소연해 본다. 아니, 애초에, 아이를 낳고 낳지 않고의 선택이 여성의 행/불행을 결정하는 요소라는 사실이 기분 나쁘다. 낳아도, 낳지 않아도 저마다 행복할 순 없을까. 그것이 그다지 결정적이지 않을 순 없을까.
우리가 이 문제로 그만 싸울 수는 없을까.
덧.
어쩌면 엄마‘됨’을 가장 혐오하는 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 자격지심이 비혼의 삶에 대한 날 선 ‘질투’로 이어지는 것은 오롯이 나의 문제. 그러니까 이 글은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의 마음에 대한 글이다. 오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