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상념

by 수달씨


새해가 되고 여러 일*을 치르면서 정신이 없었다. 자연히 지난해를 돌아보거나, 올해 계획을 세우거나, 이렇게 살아봐야겠다 하는 다짐 같은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 와중에 가계부 정리를 하고 올해 재정계획은 어찌어찌 세웠으나 올해도 작년과 비슷하게 늘 적은 파이로 예상지출을 늘 초과하면서 그렇게 보내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이번에는 작년 지출 통계를 토대로 판타지가 아닌 나름대로 합리적인 예산을 세웠으니 충동적인 지출 없이 계획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본다.


돈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자연히 내 돈의 파이를 어떻게 늘려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 봉착한다. 지금보다 일을 더 하기는 어렵고, 역시나 (나와 영 안 어울리는) 투자라던가 재산 굴리기, 불리기 같은 정보에 솔깃하게 된다. (재산이랄게 없는데도...!) 가만히 놔두면 가마니가 된다(?)는 말처럼, 돈을 현금으로 가만히 놔두면 물가상승으로 인해 자연히 가치가 줄어들어 결국 손해를 보게 되는 거란 인스타의 어떤 글을 보고 괜히 심란해졌다.(인스타를 끊을까?) 아무리 짱구를 굴려 이자가 높다고 하는 적금을 찾아다녀도, 내가 갚아야 할 대출의 이자보다 높지 않고, 주식이라던지 코인이라던지 금테크로 버는 돈에 비할 데가 아니다. 그때 금을 팔지 말았어야 할까? 그때 그 주식을 샀어야 했던 걸까? 나는 잘못하고 있는 걸까? 이대로 살면 손해 보는 인생인 걸까?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 잠실에서 열리고 있는 ‘타샤 튜더’ 할머니의 전시회를 보러 왔다. (티켓값이 꽤 비싸다. 새해부터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할인정보를 뒤져보니 회원가입을 하면 오전시간 관람 시 30프로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꿀팁 공유합니다.) 평생을 자연과 정원과 꽃과 동물을 돌보며 살아온 타샤 할머니의 삶을 로망으로 둔 중년 여성들이 많을 거라고 본다. 역시나 관람객 대부분이 중년 여성. 사방이 꽉 막힌 초고층 빌딩 속 전시 공간, 그 안에 타샤의 정원을 흉내 냈다고 하는 플라스틱 조화로 꾸며놓은 인공 정원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에 묘한 감정이 들었다. 나의 마당이 있던 시절이 떠오르며 아련한 향수도. 내 깜냥에는 감당 못할 마당이었지만 계절마다 꽃과 풀을 보고 비 오는 날 두꺼비가 돌아다니던 그 공간이 한때 나의 것이었다니 이제는 꿈인 것만 같다. 이곳에 오기 전, 당근(중고거래앱) 나눔을 받기 위해 들렀던 거대 아파트 단지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떠오른다. 많은 것을 가졌지만, 실은 꽃 심을 작은 땅 한평 못 가진 우리들...


여기까지 적고 상념을 마무리한다. 전체적으로 아련미 넘치는 글이 됐지만, 사실은 요즘 별다른 욕망도 추구하는 바도 거의 없다.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도 그럭저럭 참으면 지나가진다.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가 난리라는데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놀랍게도! (그래도 여행은 늘 가고 싶다.) 그렇다고 삶에 엄청 만족하는 상태도 아니고 뭐랄까, 겨울잠 자는 곰 같은 기분이다. 열정과 에너지는 일단 넣어두고 그날그날 주어진 일을 한다. 억지로 하는 일은 많지 않다. (이 글은 약간 억지로 쓰고 있다. 민주동문회 소식지에 보내야 한다.) 이렇게 심심한 게 원래 삶이란 걸까? 나는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 필자가 운영하는 1인출판사 수달북스의 5호 책이자 신간이 나왔습니다. 제목은 <사라진, 곧 줄어들 서울의 풀과 나무>(글, 사진 차두원)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구매는 인스타그램을 참고해 주세요. @sudalworks

* 시아버지 장례가 있었습니다. 찾아주시고 마음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잘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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