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나는 어느 시절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그 이유는 현재의 내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어느 시절의 나도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대체 한번이라도 나를 좋아한 적이, 내 삶을 좋아했던 적이 있나 싶다.
하지만 그것관 별개로 나는 그 시절의 어떤 것들을 무척 좋아했고 그걸로 버텼으며 지금까지도 그 기억이 따스하다. 어느 시절의 가수들과 댄스음악, 노래방에서 신나게 부르던 반항적인 노래들, 잡지책에서 오려붙여 꾸미던 다이어리, 어느 시절의 무도*와 TV프로그램, 용기와 무모함으로 가득했던 여행들, 온 마음을 다 주고도 아까운 줄 몰랐던 친구들과 사람들.
나 자신, 내 상황은 항상 별로였지만 그걸 잊게 해주던 것들이 있어 지금까지 버텨왔다. 지금 그것들이 모두 내 곁에 없더라도 그 기억만으로 충분히 소중하다.
그러니 굳이 더 애쓸 필요 없는 걸지도 모른다. 더 좋은 내가 되려고 애쓰거나 더 나은 상황이 되려고 발버둥치기보다 지금 나를 웃게 해주는 것들에 감사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미래의 나는 그런 것들을 먹고 추억하며 또 한 번 웃고 한 걸음 나아갈 테니까.
*2006~2018년 사이에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줄여 ‘무도’라고 말함. 그 시절 ‘무도’와 함께한 이들을 ‘무도키드’라고도 부르는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