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통제가 안된다는 걸

오늘의 밥값 11 / 나아간다

by 수달씨


시내의 쇼핑몰에 가려다가 동네 커피숍에 앉았다. 동네라고는 해도 집에서 꽤나 떨어진 곳, 산과 억새밭과 비닐하우스와 벚꽃나무가 맑간 하늘 아래 그림처럼 펼쳐진 창가 자리. 편안함을 주는 색을 한 자리에 모은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다.

집은 때로 지루하다. 집안일은 나를 얽맨다. 그런 느낌이 들면 어디로든 나가야 한다. 아침부터 급한 일 몇 가지를 처리한 뒤 가방을 둘러매고 나섰다. 목적지는 있었지만 어디로 가든 뭘 하든 중요하지 않았나 보다. 결국 여기 앉아있는 걸 보면.

역시 인생은 예측 가능하지 않다. 며칠 전 아이와 함께 본 공룡영화 속 대사처럼, "인생은 통제가 안 된다는 걸 인정해야 행복"해지는 걸까.


'이 상황이 싫어'라고 느끼는 순간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상황을 바꾸어내는 유연성을 기르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떨쳐낼 것은 죄책감이고 더할 것은 몸과 마음의 근육. 상황에 압도되지 않고, 상황을 바꾸어내고, 이후에 일어날 일들을 감당할 심장과 체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제는 '받아들임'일 거다. 감정에 옳고 그름은 없다, 나는 내가 느끼는 것을 알아줄 것이다, 마음이 들려주는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겠다 라는 각오.


서툰 걸음마라도 어쨌든 나아간다. 무릎의 흙먼지와 생채기를 털어낸다.(앞으로 '나아간다'는 건 결국 상처가 '나아가는' 힘 또는 시간과 비례하는 걸까.) 어제 아이의 잇몸에서 빠져나간 첫 유치처럼 과거는 털고 다시 나아간다. 핏물이 고인 자리에 다시 새 이가 올라올 것을 아니까.


2021/03/31



keyword
이전 12화달아진다, 달라진다, 그리고 계절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