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봄에서 여름

오늘의 밥값 14 / 시간의 틈에서

by 수달씨


바깥은 봄에서 여름. 만물은 이미 소생했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바삐 달린다. 나는 한 뼘보다는 조금 넓은 마당과 한 겹의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그들과 다른 시간을 보낸다.

조용한 나의 세상은 작은 물고기가 돌아다니고 세탁기가 늘 돌아가고 가만히 있어도 쌓이는 설거지만큼 근심이 쌓이는 곳. 밥벌이가 없는 하루하루는 고요한 불안.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질문이 늘 한쪽 어깨를 짓누른다.


펼쳐 든 책의 한 부분을 메모장에 적었다.


- 심야 라디오를 아침에 듣는 건 내가 현실에서 뒤집힌 시간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반대의 시간에 놓여 있는 기분. 이렇게 시간의 틈을 벌려서 살아가는 것도 좋다. (나의 드로잉 아이슬란드, 엄유정)


나도 반대의 시간을 살아가는 걸까. 잠시의 틈이고 고마운 행운인 걸까.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면 어쩐지 어깨가 조금 가벼워진다.


시간의 틈을 벌려서 살아간다. 하루하루 느리지만 조금씩 무언가를 틈에 새긴다.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다.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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