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밥값 15 /
오기로 청소기를 돌린다. 땀이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고 바닥을 박박 걸레로 민다. 모든 창문을 최대한 연다. 뜨거운 7월 말의 공기가 온 집안을 감싸도록. 오늘은 어떤 거추장스러운 것도 용서하고 싶지가 않다.
선풍기 바람 앞에 앉아 시집을 펼쳤다. 작가는 나보다 네 살 어리다. 이제는 어지간하면 작가들이 나보다 어리다. 이 작가의 시에서는 어쩐지 여름 냄새가 난다. 두 편을 내리읽고 나도 뭔가 중얼거리고 싶어 한다. 밖은 공사장 소음, 매미 소리.
대낮이지만 온 집안에 불을 켰다. 오직 나를 위해 불을 켤 것이다. 바깥은 여름*, 이라는 제목을 어느 작가가 지어낸 뒤로 언제나 내 여름은 바깥에 있었다. 이제는 그곳에 가는 걸 조금쯤 포기했다. 나는 여기서도 할 일이 많아.
나는 그래도 여름이 좋다. 내 속을 까뒤집어 숨길 수 없게 만드는 그 치열함. 무엇이든 햇볕에 널기만 하면 다 용서될 것 같은 그 정직한 뜨거움. 이제는 나를, 너를 용서하는 연습을 한다. 용서를 구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꿈틀거리는 계절.
2021/07/30
*<바깥은 여름>, 김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