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밥값 22 / 내 우울은 어떤 모양일까
혼자서 오래 있으면 문득 사는 게 무섭다는 생각이 찾아온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기분이 들고 그것 때문에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고 쓸모없이 살다 죽을 것 같은 기분.
나의 우울은 (아직까지는) 물리적 형태를 취하지 않은 단지 기분의 문제라서, 외부적 요인이든 내부의 노력이든 기분을 바꿔낼 수만 있다면 대체로 괜찮다. 날씨가 좋다던가, 인정받게 된다던가 일을 하고 돈을 벌면. 또는 사소하게 재미있는 영화나 영상을 본다던지 가벼운 쇼핑과 산책도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일시적으로 찾아오는 우울의 기분을 일시적으로 바꿔내는 일의 반복.
어느 날은, 그러니까 지금 같은 때는 그 반복조차 무의미하고 지겹고 쓸모없게 느껴진다. 지금과 다른 삶은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가끔 일하고, 자주 우울해하고, 대체로 무료하고 소소한 일상, 작은 즐거움이 주는 사소한 행복에 갇혀있는 것만이 내 삶일까. 어딘가에 다른 더 나은 삶이 있는 거면 어쩌지. 다른 게 있긴 할까. 이게 전부라면 나는 괜찮을까. 그렇게 살아있기만 하면 괜찮은 걸까. 이렇게 고만고만하게 살다가 가면 그만인가.
그런 질문이 꼬리를 무는 날은 내가 안 좋은 날이다. 그런 날은 티브이를 봐도 좋지가 않다. 자꾸 남과 나를 비교하게 되는 걸. 나는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방법을 모르겠다. 나를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방법을 모르겠다.
지금 나를 우울하게 만든 것은 티브이 속 영양실조에 걸린 아프리카의 아이들 모습. 그런 건 너무 마음이 힘들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다. 전화기를 들어 월 1만 원의 정기후원 버튼을 누르려다 멈췄다. 이런 자기 위안이 정말로 도움이 될까. (이미 많은 곳에 후원을 하고 있기도 하다. 돈으로 하는 건 쉬우니까.) 월 만원이면, 끝없이 물질적인 것들을 소유하려 하고 욕망하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 아마 안될 것이다.
밖을 보니 해가 구름에 숨었다. 아마도 그 탓이겠지. 그런 변화에 대한 반응이 이토록 빠르다. 나는 해가 없으면 살 수가 없다.
날씨 앱을 열어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밤동안 비가 오고 내일은 해의 그림. 분명 반가운 비다. 마당에 흙이 메말라 갈라지고 있었던 걸. 내일의 해는 분명히 뜨니까 이 또한 지나갈 거야. 그렇게 하루 더 괜찮고, 괜찮은 하루를 하루하루 연장시키기. 일단은 그렇게. 그렇게 또 그렇게.
202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