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을 하자

오늘의 밥값 31 / 그럴 때 청소를 한다

by 수달씨


아침이면 어디로든 가고 싶은 욕구가 올라온다. 쇼핑몰로, 자연으로, 절로, 시내로, 카페로, 식물이 가득한 곳으로. 하여튼 집만 아니면 된다. 집을 나가고 싶다. 아무리 집을 카페처럼 예쁘게 꾸며도 소용없다.

이제는 이 마음이 회피 기제인 것을 알 듯하다.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고 새로운 자극을 얻고 싶은 몸과 마음. 그것의 간절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일단 나가기보다, 집을 청소하는 것을 선택한다.

전체적으로 청소기를 돌린 뒤, 방 하나를 정해 바닥을 손걸레질하고 가구 위의 먼지를 닦아낸다. 가능하면 정성껏. 이불을 턴다. 바닥과 테이블 위 물건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묵은 얼룩처럼 방치하거나 미룬 일들을 처리한다. 이런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시간이 꽤나 걸린다. 온몸이 땀으로 덮인다. (땀을 흠뻑 쏟으면 오히려 개운하다.) 나는 깨끗하게 사는 편이라고 믿어왔는데도 구석구석 더러움이 놀라게 한다. 이렇게 내버려 뒀구나. 이사 온 삼 년 반 동안 한 번도 닦지 않은 곳도 있다. 매일 쓰는 물건인데도 세수 한 번 안 시켜준 것들도 많다. 내 몸만 닦으면 뭐하나.

예쁘게 차려입고 외출을 하면서 집은 엉망일 때가 많았다. 설거지를 쌓아두고, 쌓인 먼지와 빨래를 외면하고.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단 걸 안다. 에너지가 모자랐으니까. 집안일에 쏟을 기력은 없었다. 완벽을 내려놓고 나를 더 쉬게 해야만 했다.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효과가 있었나보다. 지금은 확실히 체력이 붙은 것을 느낀다. 몸이 가벼워지니 자꾸 더 나가고 싶다. 또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망상증이 몰려온다. 그럴 때 청소를 한다. 그래서 청소를 한다. 내 현실은 여기라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기 위해. 바닥에 납작 엎드려 걸레질을 하고, 나와 내 가족의 입에 들어갈 음식을 담아주는 그릇들을 닦는 일. 마당의 잡초를 뽑고 익은 토마토를 거두는 일. 계속 이렇게 기꺼이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지치는 날도 있겠지만. 그럴 땐 또 쉬면 되지.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자

생각을 하지 말고 생활을 하자

물을 마시고 청소를 하자

그냥 걸어가다 보면 잊혀지는 것도 있어

아름다운 풍경도 또다시 나타날거야

- 브로콜리 너마저 <바른생활>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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