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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달 Nov 11. 2021

직장 언어 늬앙스 파악하기

신비한 직장 언어세계

직장은 다양한 배경과 성격, 이해관계로 얽히고 설킨 사람들이 9 to 6 (+a)의 시간을 공유하는 곳이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처럼 서로 돕기로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자신 또는 조직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지만 학교와 직장의 큰 차이는 서로가 쉽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더 정확하게는 직장에서는 쉽게 속마음을 드러내선 '안된다'는 것. 그러면서도 내가 취할 이익은 챙겨야하므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치가 강력하게 작동한다. 그러다 보니 표면적인 말 뒤에 정반대로 읽힐 수 있는 언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첫번째 유형은 에둘러 표현하는 것. 일에는 책임소재가 따라오다보니 정당한 절차로 문제 없이 진행되는 일에도 방어적으로 임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한다' '안한다' 명확한 표현보다는 '추진한다'는 '검토한다'는 식의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애매한 표현들이 등장한다.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슈뢰딩거 고양이 같은 표현들이다.


두번째 유형은 정반대로 읽히는 말들을 하는 경우다. 고생하는 사람에게는 '요새 일 신나게 한다면서' 라고 반대로 이야기 하거나, 일 없이 놀고 있는 사람에게 '고생 많네요'라는 식으로 반어적인 표현도 많다. 참 이상한 어른세계다

 

아마도 여론과 평판이 조직생활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화가 나도 참고, 부당해도 넘어가야 하는 순간들이 비일비재하다. 이틀 뒤 빠이빠이 할 워크숍이 아니라 적어도 10년은 얼굴 마주해야 할 그런 공간이라서 모든 언어가 조심스러워 지다보니 생기는 웃픈 현상이려나.


그러다보니 전달되는 말 속 늬앙스로 진위를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이유로 필터링된 말들이 건내질 땐 문자그대로 이해하기 보다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마치 치찰음을 방지하는 팝필터를 거친 것처럼 듣기엔 거스리는게 없어 보여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면 민망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보고서도 예외가 아니다

보고서에 담기는 문구도 늬앙스를 잘 읽어야 한다.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딱딱한 문어체로 작성된다. 그런데 문어체라고해서 의미가 명확하다고 여겨선 안된다. 오히려 추상적인 표현들로 맥락을 흐리거나 장황하게 표현해서 핵심을 놓치거나 논점을 흘리는 경우도 많다. 그것도 의도해서.


어떤 계획을 수립 할 때도 '수립' 과 '수립 검토'는 아주 큰 차이를 준다. 후자로 표현된 계획은 높은 확률로 진행이 더디거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검토'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실이나 내용을 분석하여 따짐'인데 말 그대로 계획을 만들지 말지의 여부를 먼저 따져본다는 뜻이다. 시작도 안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꼼꼼하게 보고서를 읽지 않으면 아직 시작하지 않은 계획이나 정책, 제도에 맞춰 시기상조인 후속조치를 대비하거나 엇박의 대응이 이뤄질 수 도 있다. 쉽게 말해 '호들갑' 떨 수 있다는 것.


수달은 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한 태도를 싫어한다. 아닌건 아닌거, 못한건 못한거라고 치부를 드러내더라도 정확하게 이야기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당장은 수치스러울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그게 옳은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과장님 그건 아닙니다'라고 말할 용기를 품고 출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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