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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달 Oct 27. 2021

직장 생활 탐방 1

자료부자 김수달

보고서 한장 작성에 책 한두권 정도의 참고자료가 필요할때가 많다. 참고자료가 많으면 든든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인용할 수 있는 논리나 예시가 많은건 든든, 방대한 양을 어떻게 정리해서 담느냐는 부담이다. 이렇게 수집한 참고자료는 정독하는 건 아니고 발췌독 위주로 참고한다. 그러다보니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누구나 납득할 만한 근거와 당위성을 자료로 현출해야 되는데, 각종 논문이나 통계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업무와 관련된 자료를 모아놓는게 습관이 됐다. 파일로 보관해놔도 좋지만 출력해서 줄도 긋고 인덱스도 붙여놓고 한다. 뿌듯함은 덤이다. 그렇게 쌓이는 자료들은 개인 수납장에 차곡차곡 쌓이는데 다시 들여다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종의 전리품처럼 출력해놓고 쌓아두기 일쑤다. 왠지 필요할 것 같아서 쌓아두지만 글쎄...


자료정리 =  자리이동?

그렇게 쌓여있는 자료들은 어떤 계기로 처분할 때가 있는데 보통 인사이동이 있을때다. 후임자를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 할때서야 아쉬운 마음 뒤로하고 자료들을 파쇄한다. 수달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마찬가지일거다. 그래서 가끔 과장님이나 국장님이 파쇄를 할 때 오해하기도 한다. '드디어 승진하셔서 다른 곳으로 가시는 건가?'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나 내부검토용 자료들은 파쇄를 반드시 하는 편이다. 같은 보고서를 여러버전으로 급하게 준비하다보면 책상 한켠에 비슷비슷한 자료들이 쌓이기도 하는데, 금요일 오후정도에 책상정리 겸 자료를 정리할때 같이 파쇄하는 편이다.


칸막이 행정 = 업무 매운맛

수달은 칸막이 행정이란 표현을 수험서에서 처음 접했다. 실전을 경험하고 나니 수험생 시절 칸막이 행정 해소방안 이랍시고 답안에 적은 내용들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고 있다. 가령 자료 공유 시스템 마련, 직원 화합 이벤트 활성화... 인생은 실전, 칸막이 행정도 실전...

 

조직별 각자 사정이 있고, 복잡미묘하게 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칸막이 행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 욕하고 볼 일은 아니란 것. 하지만 그래서 니 일만 하면 끝이냐고 되묻고 싶은 맘도 크다. 개인 사업 할게 아니라 조직에 속해 있다면 다른 사람, 다른 부서와 함께 일 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일도 A부터 Z까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설사 그런 일을 하고 있다면 '대단한 나'라고 으쓱거리기 전에 구조적인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 개인기로 돌아가는 조직은 불안정할수 밖에 없다.


힘 없는 부서, 힘 없는 담당자 수달에게 타부서 협조는 시작부터 지치게 만든다. 애초에 자료 줄 생각도 안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양반이다. 여부의 문제는 설득의 문제고, 협조 해야할 당위성은 대부분 거부의 당위성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 진짜 힘든건 협조하면서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다. 이런 자료 만들땐 이걸 먼저 만들어 놓고 달라고 해야지, 이런 서식은 별론데, 우리쪽에서 이 파트는 작성하기 힘드니 전체 제출자료에서 해당 부분 전체 빼라마라, 분량 못 맞추니 알아서 줄여라 늘려라 식으로 딴지 걸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차라리 자료를 안주느니만 못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자료를 협조의 핵심은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단 것. 필요할 것 같은 자료를 다 달란 식, 일단 제출해라 - 알아서 찾아쓰겠단 식은 지양하는게 좋다. 갑-을 관계인 부서 간에 이런식의 강압적 자료협조 요청이 오는 경우도 있는데 한숨부터 나온다. 갑님. 조직생활은 길고,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우린 또 어떤 관계로 만나게 될지 모릅니다. 그 히스테리 그만 거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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