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길게 쓸 필요 없다. 나 때를 외치며 도전을 강요하고, 실제 도전적인 과제는 기득권의 저항을 우려해 가지를 치면 된다.
꼰대 프롤로그
자꾸 새로운 걸 해보라 닥달하고, 가져가면 이래서 어렵고 저래서 안된다고 핀잔 주기 일쑤인 그, 도통 모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꼰대 곁으로 한발짝 다가가 본다. 한 발짝만 말이다.
보통 꼰대는 '나 때'로 말문을 뗄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으로 마일리지가 충분히 쌓여야 '나 때'란 표현을 쓸 수 있는 법, '내가 해봐서 아는데'와 함께 쓰며 강화된 꼰대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웬만한 건 다 해봤고, 다 알듯이 얘기하는 그 역시도 더 높으신 꼰대 지시로 골치아프다. 실적과 성과의 굴레는 너나 할 게 없으니까.
보통 성과는 '새로운 일'과 밀접할 때가 많다. 본인의지와 무관한 여러 이유로 새로운 시책 개발을 해야 될 때도 많다. 문제는 기존 업무나 사업과의 차별성을 강조할수록 기득권 저항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
새로운 사업을 하나 시작하려면 수없이 많은 TODO LIST와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자기 의심, 그리고 협조가 필요한 부서의 저항에 끊임이 직면해야 한다. 성공과 실패를 막론하고 말이다. 결국 아이러니 하게도 첫 도전의 경험이 그 이후의 도전을 두렵게 만든다. 게다가 이제 결정권자로 진급해 편할 만 해지나 싶은데 그 많은 장애물을 헤쳐나갈 선봉에 서라고 들이밀어지니 부하의 기획안이 영 탐탁치 않을 법 하다.
결국 '나 때'를 외치며 도전을 독려하는 꼰대도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나 때' 겪어봐서, 진짜 도전적인 과제가 결재판에 끼어져 있으면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이다. 훈장질은 하고파도 훈장으로 선봉에 나서기엔 부담스러운 것이다.
꼰대의 에필로그
수달은 꼰대의 탄생 배경에 공감하나 닮고 싶진 않다. '그래, 한 번 해봐'라고 해주는 상사도 많기 때문이다. 실무자의 노력을 꽃 틔우는 건 상사의 몫이다. 아무리 멋진 워딩과 논리로 무장한 보고서도 중간 관리자가 no 하면 꽃 필 수 없다. 이미 산전수전을 겪었지만 실무자를 믿고 선봉에 서는 상사도 많다. 나만 믿는 바보...
'우리 과장님 너무 꼼꼼하셔, 모시기 힘들어'라는 말을 듣는 과장을 달리보자. 상사가 내 보고서를 지나치게 꼼꼼하게 살펴본다는 건 험난한 전장의 선봉에 서기 위한 준비라고 봐도 무방하니까. 사업을 기획한 실무자의 의지를 더 깐깐한 꼰대들에게 설득하기 위함이다. 아니라고? 어서 탈출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