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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달 Feb 19. 2022

보고서는 왜 해설서가 없나요



어디가 이상하다는 말씀이신지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하는 상관은 모시기 힘들다. 콧 평수 넓어지게 흥분하며 작성한 나름의 워딩들이 돼지꼬리 표시로 날아갈 땐 자존감도 함께 흩날려가는 느낌이다. 그래도 무엇을 수정하길 원하는지 정확히 알려주는 상관은 감사하다. '나는 타이핑하는 사람인가'라는 자존감 하락만 견뎌내면 후속 보고는 순탄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짬바에서 나온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워딩도 배울 수 있고 말이다.     


최악의 상황은 상관 입장에서 보고서는 맘에 안 드는데 어디가 이상한지는 콕 집어내진 못할 때다. 상관 본인도 어떤 방향이 맞을지 갈피를 못 잡으니 이상하다는 말과 함께 전반적으로 수정하라는 식이다. 인쇄된 보고서엔 갈 곳 잃은 펜촉이 만든 동그라미만 겹쳐지고 있을 뿐이다. 

     

답답한 담당자가 좀 더 용기를 내 '이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라며 약간이라도 실마리를 끌어내지 못하고, 일단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알겠습니다'라고 하는 순간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상한데 - 수정 - 이상한데 - 수정'의 쳇바퀴로 말이다. 담당자는 어디가 이상한지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고, 상관은 수정된 부분이 여전히 맘에 들지 않는다.   

       

간 보고 시작하세요     

'보고 또 보고' 악순환 기저에는 담당자가 열심히 쓴 보고서를 첨부터 다시 쓰라 하기에는 마음 쓰이는 상관과 출발선으로 다시 돌아가기 싫은 담당자와의 시너지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 꿰지 못하면 보고서는 누더기가 된다, 목차, 키워드만 들어간 보고서 초안을 먼저 보고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방향 설정부터 상관에게 확인받은 후 시작하면 당장은 쓰기 편한 보고서는 아닐지라도 '뭐가 이상한지 정확히 집어내진 못하지만 이상하다는 보고서'를 피할 수 있다. 상관과 담당자가 생각하는 방향이 확연히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안 보고를 유용하게 활용하면 쓸데없는 방향에 힘을 빼지 않아도 된다.      

    

그것도 안되면 적극적으로 딜 교환 하자     

이런 수준의 초안을 아직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다. 최소한 나는 정갈하게 갖춰진 완성본으로 초안 보고를 하고 싶다는 사람은 그렇게 공들인 첫 초안 보고에서 국과장과 확실한 딜 교환을 할 용기를 가지는 걸 추천한다.  

    

어디가 이상하다는 건지도 모르면서 '넵넵'만 외치다 나오면 그야말로 ‘’보고 또 보고‘ 악순환의 창이 열리는 셈이다.      


'이상한데?'라고 딜이 들어오면 '뭐가요?'라고 되물어야 한다. 좀 더 현실적으로 '이상하다고 말씀하신 부분이 그러니까 검토 부분인가요?’라고 말이다. 짜증 섞인 핀잔을 받을 수도 있지만('전반적으로 다 이상하니까 하는 소리지'라고 묵직하게 들어 올 가능성 높음) 최대한 뽑아낼 수 있을 만큼 딜을 넣어야 한다. '아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그럼 OO 식으로 논리를 바꿔볼까요?' yes라면 그야말로 다행인 거고, no라고 해도 허튼짓 중 하나를 재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 hp만 깎이지 말고 상관도 뭐가 이상한지를 바로 그 자리에서 고민하도록 유도해서 얻어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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