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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Oct 10. 2019

소꼬리 곰탕을 끓이며 엄마를 생각하다.

나는 왜 효녀가 못 되는가?

피부를 스치는 스산함이 뜨끈한 국물을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식탁에 국이 올려야 하는 계절이 된 거지요.


'무슨 국을 끓일까?'가 일상의 고민인 이때 애들 고모(시누이)가 소꼬리를 사 가지고 오셨어요.


애들 고모는 "괜히 일을 만들어 준 것 같아서 미안한데 엄마가 요즘 힘이 없다고 하네. 끓여서 식구들이랑 몸보신이라도 해. 괜찮지?"

"그럼요. 며칠 국 걱정은 않겠네요"

대답은 리 했지만 '끓여서 가져오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양심 없는 생각도 잠시 했답니다.


곰국을 끓여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곰국 끓이기가 그리 만만치가 않아요. 끓이는 시간도 그렇고, 건져낸 기름을 처리하는 일도 골치가 아프답니다. 

하지만 엄마를 생각하는 고모의 마음을 이런 사소한 핑계로 무시해 버리면 제 자신이 정말 나쁜 사람이 되는 거겠죠?


사실 나와 비교되기에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엄마를 생각하는 시누의 마음은 특별해요. 

어머님과 시누는 마치 쌍둥이 같이 닮았어요. 시누는 독특한 어머니의 올림머리도 따라 하고, 어머님의 말이라면 뭐든 옳고, 지혜가 담긴 말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래서 지금도 무슨 일이 있기만 하면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묻곤 하죠.


어머니께서도 저에게 "아이고, ㅇㅇ은 내가 죽으면 어쩔라고 아직도 엄마, 엄마 하면서 나만 찾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지도 며느리 볼 나이가 다 되어가지고는..."


어머니 말씀에서처럼 시누는 날마다 어머니께 전화를 하십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인터넷만 보면 모두 알 수 있는 일도 전화를 해서 물어보지요. 

저는 고모의 그런 행동을 이해합니다. 그것은 고모의 효심에서 나온 행동이니까요.

그러나 저는 시누의 그런 행동을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그 행동은 곧 저와의 비교로 이어지니까요.


저는 성격이 살갑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친정엄마에게 전화도 자주 하지 않아요. 제가 얼마나 연락을 않고 살았으면 울 엄마가 저를 외국으로 시집보낸 딸이라 여기며 반 포기 상태로 사신다는 말씀까지 하셨을까요?


그런 말을 듣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속상합니다. 엄마는 시집살이하는 딸의 마음은 알지 못하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니 아프더라도 받아들여야지요.


지금도 어머니께 필요한 것과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지만 친정엄마는 잊고 삽니다. 쉬는 날이면 집안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핑계로 여전히 전화도 않고 살고요.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는 것인데 억지로 이유를 만드는 거죠.


시누는 여전히 전화로 어머님 상태를 살피며 옷이며 핸드백, 화장품 심지어 혹시라도 떨어졌을지 모르는 과일까지도 챙겨 보내주십니다.


가끔 김 씨 집안 자식들은 누가 누가 효도를 더 잘하나 경쟁을 하는 같습니다.

누가 무엇을 어머니께 사드렸다 하면 다음에는 다른 형제가  일을 합니다. 모든 자식들이 어머님을 생각하고 살피기에 함께 사는 우리의 일은  생색도 안 납니다.

도대체 어머님은 자식들을 어찌 키웠기에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일까?

형님은 "울 어머님은 복이 많으신 분이셔"라는 말로 결론 내리지만 그것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반면 자식을 키우면서 더 힘들게 사신 울 엄마. 

울 엄마는 무심한 딸과 맞벌이로 힘든 아들 때문에 아직까지도 고생을 하십니다. 동생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까지 하시면서요. 그런데 불공평하게도 대접은 어머님께서 더 받고 계시네요.


생각해 보면 어머님은 50 이후로 거의 한약을 달고 사셨다 했습니다. 건강은 오히려 나이 드시면서 좋아지셨고요. 그래서 자식들은 혹시라도 어머님이 아프실까 봐 더 건강을 챙기시는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울 엄마가 건강하게 일하신 모습만 보고 자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건강하실 거란 생각으로 외면하며 사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10년이나 차이 나는 어머님보다 더 늙어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도요.


하지만 고모와의 경험을 통해서라도 저는 울 엄마에게 여전히 잘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너무 챙기면 아이를 맡기고 있는 동생 부부는 더 불편해할 테니까요.(사실 남편에게 고모는 시집 잘 갔는데 나는 뭐냐고 남편에게 투덜거렸거든요. 동생 부부를 내 행동으로 싸우게 할 수는 없습니다)


너무 건강해서 병원도 잘 찾지 않는 나.

울 자식들도 '엄마는 늘 건강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고 나처럼 불효를 저지르지는 않을까요? 문득 엄마를 닮아가는 모습에 스스로 놀랍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엄마는 불효를 하고 있지만 아들은 그러면 안 돼'라고 미래의 시어머니가 되어, 며느리가 힘들어할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게 말 뿐이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저는 결혼과 동시에 자식은 독립된 인격체로 새로운 가정의 일원이 됨을 인정하기로 시집살이를 하는 동안 다짐했으니까요!


애들 고모의 효도로 내가 얼마나 불효녀인지를 깊이 깨달으면 소꼬리를 푹푹 끓었습니다.



<소꼬리 곰탕이 만들어지는 과정>


소꼬리를 물에 담가 2~3시간 정도 핏물 빼는 일을  반복해 줍니다.


다시 물을 부어 노린내를 없애기 위해 월계수 잎과 청주나 소주를 넣고 끓여줍니다. 월계수 잎이 없다면 녹차 잎을 넣으세요.

불순물이 나오게 팔팔 끓인 후 찬물에 깨끗이 씻어 줍니다. 이때 살을 발라주시는 분도 계신데 저는 살이 쉽게 떨어지게 더 끓였습니다.

다시 물을 붓고 끓입니다. 2시간 정도 끓여 위에 뜬 기름을 걷어냅니다.

소꼬리를 건져내서 살만 발라낸 후 뼈는 다시 끓입니다.

1차로 우려낼 국물에 마늘, 대파, 양파 등의 양념을 넣고 끓입니다. 저는 대추를 넣었는데 식성에 따라 먹기 전에 인삼을 넣어도 됩니다.

완성된 소꼬리 곰탕입니다.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맛은 덜 할지 모르지만 건강에는 더 좋다 생각하고 한 그릇

듬뿍 먹었습니다.

마침 잘 익은 깍두기까지 있어 더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 어머님 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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