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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Apr 09. 2021

나도 반찬을 사 먹고 싶어. 그런데 왜.

내가 만든 반찬이 맛있는 거야?

 또 김치를 담갔다.

 주말이면 일주일 동안 먹을 식재료를 준비한다. 전에는 넘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 홈***를 이용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우리의 식재료 구입처가 바뀌었다. 집에서 너무 멀어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떠나야 하는 곳이 그곳임에도 우리는 애써 그곳을 찾는다.


 우리가 찾는 장소는 내가 사는 지역과 타 지역의 경계에 있어 도시와 농촌이 혼재된 듯한 곳에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호수와 산을 통과해서 올 수도 있기에 자연과 호흡하며 멋진 경치를 즐길 수도 있다. 봄 벚꽃의 흩날림과 여름 녹음 속 나무 그늘도 좋고 가을 단풍의 춤사위와 겨울바람의 싸늘함도 따뜻하다. 식재료와 생필품을 사기 위해 떠난 길 위에서 여행의 여유로움과 마음 치유를 할 수 있는 곳 건너에 의문의 장소가 있다.


 멀지만 힐링의 장소가 되어주는 곳. 그곳은 바로 농협 로컬푸드점이다.


 처음 그곳을 찾게 된 건 남편의 향수병 때문이었다. 한때 이 지역의 주민센터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던 남편은 늘 그 지역을 그리워했다. 그러다 잠시 경치나 구경할까 싶어 나선 길에 이 로컬푸드점을 발견한 것이다.


 로컬푸드점에서 처음 채소를 구입할 당시의 놀라움을 잊을 수가 없다. 어떻게 봉지마다 표시된 채소의 가격이 천 원, 이천 원을 넘지 않느냔 말이다. 상추며 쑥갓, 무, 머윗대, 취나물... 그냥 모든 채소는 이천 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해 놓은 듯했다. 그런 연유로 그곳은 그날 이후 우리의 단골집이 되었다.


 저번 주말에도 싼 가격에 채소를 사 와 음식을 만들었다. 1400원짜리 갓과 600원짜리 무 2개로는 김치도 담갔다. 두 번째 갓김치다. 갓김치라고 말은 하지만 갓보다 무가 주를 이룬 갓김치다. 아무렇게나 베어온 듯한 갓이 길쭉한 봉지 안에 담겼는데 단정하게 묶인 갓보다 맛나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두 번째 갓김치도 성공이었다. 첫 번째 갓김치가 맛이 있어 떨어지기 전에 어서 담으려 한 것인데 이번 김치도 성공을 하고 말았다. 음식 솜씨 없는 사람이 세월을 스승 삼아 손맛을 내고 있다. 그 스승의 위세가 대단하다.


 가끔은 직장 생활을 한다는 핑계로 반찬을 사 먹고도 싶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이제는 내가 한 음식이 내 입맛을 잡아버렸다. 전에는 남이 해 준 음식이면 다 맛있다 느꼈는데 지금은 못난 손맛에 내 입맛이 길들여져 버렸다. 도대체 무슨 조화속인지 모르겠다. 하여 퇴근 후면 늘 반찬을 만드는 신세가 되었다.

 

 갓김치는 배추김치보다 담기 쉬우니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익은 갓김치는 못난 솜씨도 잊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무는 1.5센티 정도로 썰어 2등분 하거나 4등분 하여 소금물에 절이고, 30분쯤 지나 무의 딱딱함이 줄어 야들야들해지면 갓을 넣고 30분 정도 더 절여준다.

갓과 무를 절이는 동안 양념을 준비하는데 재료를 믹서기에 넣고 무조건 갈면 된다. 이때 마른 고추를 갈아 쓰면 더 맛이 있다. 마른 고추(10개 정도)를 물에 불려 축축하게 만들어 믹서기에 넣고(없으면 고춧가루로), 양파 1개, 마늘 7~8알 정도, 생강 조금(없으면 생략), 풀죽 대신 식은 밥을 넣고, 청양고추 3개 정도를 넣고 곱게 곱게 갈아준다.

갓과 무를 씻으면서 간을 맞춰야 한다. 너무 짜면 물에 살짝 담가 두고(5분 정도) 싱거우면 양념에 젓갈을 조금 더 넣어야 한다.

무와 갓을 씻었으면 꼭 짜서 물을 뺀다.

씻은 갓과 무에 양념을 넣고 색을 내기 위해 고춧가루를 더 넣은 후에 새우젓과 멸치액젓으로 간을 맞춘다.

그리하면... 없는 솜씨로 담가도 맛있는 갓김치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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