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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Dec 13. 2020

나무산책님의 <프랑스는 낭만적이지 않다>를 소개합니다.

프랑스를 읽고, 프랑스를 다시 보다.

 2019년 4월 16일 프랑스의 노트르담 성당이 불탔습니다. 인간을 구원하겠다는 의지로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뻗은 첨탑이 무서운 기세의 화염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은 더 이상 우리에게 구원자는 없다는 걸 알리는 경고와 같아 두려웠습니다. 화면 속 불길이 내뿜는 열기만으로도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머나먼 타국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 하나가 이토록 충격적이었던 건 노트르담 성당은 내가 사랑한 작품 '노트르담의 꼽추'의 주무대가 된 곳이기도 했기에 그랬나 봅니다.


 거기다 내 마음 한 구석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한 프랑스는 문화재를 대함에 있어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어서였는지도 모릅니다. 하여 프랑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보유한 문화재가 어떤 과정을 통해 입수되고 보전되었든지 간에 그들은 작은 문화재 하나도 허투루 다루지 않고 지켜내야 하는 그런 나라여야 했습니다. 문화와 예술면에서 우월한 DNA를 가진 나라이니 다른 나라와는 다른 시스템으로 문화재를 지켜내고 전해야 한다 생각한 것이지요.


 내가 느끼는 프랑스는 그랬습니다. 신비로운 무지개 뒤에서 자유와 평등, 박애 정신을 따뜻하게 내뿜어 주는 나라, 억압과 탄압 속에서도 예술을 꽃피우는 자유로운 영혼이 넘쳐나는 나라, 생선 비린내 속에서도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 내 머릿속 프랑스는 그랬습니다.


 그들이 제국주의 옷을 입고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유린했어도 묵인해 버리는 어리석음은 그래서 생겨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보면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그런 사고를 했고, 프랑스만은 긍정의 깔때기로 걸러내고 싶은 비굴한 믿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어리석음에 경종을 울리며 생각에 균형을 잡아준 글이 브런치에 있었습니다. 넘치는 지식으로 프랑스를 이야기하며 프랑스를 제대로 알게 해 준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내고 댓글을 받으면서 브런치 속에 조용히 숨 쉬고 있는 그런 글이 말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읽고 있지만 더욱 알리고픈 마음이 간절하기에 이렇게 소개를 합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은 프랑스에 거주하시면서 프랑스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계신 '나무 산책'이란 필명의 작가님이십니다.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그분이 쓰신 <프랑스는 낭만적이지 않다>는 제목의 브런치북이고요.


 작가님은 자신의 브런치북을 소개하는 글에서 우리가 자유롭고 아름답다고 말한 프랑스에서 그 어떤 향기도 만날 수 없었다 말합니다. 자신을 짓누르는 무언가가 그들의 문화 속에 존재하는데 그 실체를 알지 못해 수많은 질문을 하게 되지요. 그 과정에서 작가님은 또 다른 모습의 프랑스를 발견하게 되고 답도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 답을 <프랑스는 낭만적이지 않다>라는 브런치북 속에 담았습니다.


 브런치 북에 실린 글 중 가장 관심이 갔던 <프랑스의 거대 정치 프로젝트, '문화와 예술의 나라'>는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이 국가적 차원에서 계획된 거대한 프로젝트였다는 걸 알려줍니다. 문화 강국을 꿈꾼 김구 선생님이나 문화를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귀가 솔깃해지는 꿈같은 계획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프로젝트가 무언가를 포장하기 위한 프로파간다로 사용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요. 아름답고 자유로운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은 그들이 키워낸 예술가들에 의해 프로파간다의 도구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노트르담 꼽추'를 마음속 작품으로 여긴 사람으로 빅토르 위고에 대한 설명이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랑스의 대표 작가 빅토르 위고는 1817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콩쿨 입상 후 낭만파 지도자를 거쳐 1841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 된 귀족 출신의 왕당파 작가다. 그가 정치인으로 활동하던 시기인 1848년, 그는 노동자 계급의 반란을 무력으로 진압하는데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중략

궁정 놀이터에서 시작된 호화로운 귀족 문화와 식민지로 축척된 부가 '위대한 예술가들'과 만나 예술의 나라 프랑스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처럼 절대군주로부터 출발한 '프랑스 문화 예술 정책'은 프랑스에게 군사, 외교, 정치적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는 거대한 무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프랑스는 '자유와 인권, 문화와 예술의 나라'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채 많은 예술가들이 꿈꾸는 선망의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열망이 그들의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생각합니다.


 이 브런치북은 프랑스에 대한 무조건적 사고를 경계하게 하고, 유연한 사고를 갖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그래서 프랑스를 제대로 알고, 프랑스를 이해하고픈 사람이 있다면 이 책 읽기를 적극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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