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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Apr 06. 2021

아이를 모르는 부모가 많다

모든 아이가 소중한 이유, 보이지 않는 능력.

 첫째와 둘째의 차이

 모든 집이 그렇다 말할 순 없지만 대개의 경우 맏이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과도한 관심을 받다 온 탓에 학습적으로 우월한 경우가 많다. 학원에 상담을 온 부모들 중에도 이런 말을 하는 부모들이 꽤 있다. "우리 집 둘째는 첫째만큼 잘하질 못해요. 책도 잘 안 읽고요"하면서 말이다. 그게 사실일까? 정말 둘째는 첫째보다 못한 경우가 대부분일까? 난 '그렇지 않다'라는 생각에 한 표를 던진다. 그건 첫 아이인 맏이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많은 부분에서 투자를 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게 했기에 나온 결과이지 만약 둘째에게 그런 관심과 기대를 걸었다면 둘째 역시 첫째 못지않은 학습적 성과를 냈을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둘째는 막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막내는 귀여움의 대상이다. 부모들은 그들에게 기대보단 힐링을 원한다. 가르치기보다 자유를 주고 싶어 한다. 그런 이유로 둘째들은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줄 알게 되었다. 글자를 틀려도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작정 쓴다. 거침없이 말한다. 생각이나 표현이 틀려도 괜찮다는 식이다. 맞춤법에 연연하는 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여긴다. 소심한 첫째가 맞춤법을 확인하며 완벽하게 글을 쓰려는 것과 비교되는 일이다.


 영이의 부모도 그랬다. 영이가 또래에 비해 독서도 많이 하고 어른스럽다고 말하면서 순이는 자기 마음대로라 영이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을까? 그것은 순이를 모르는 말이었다. 순이는 독서를 적게 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아이였다. 영이가 책 두 권을 읽을 때 순이는 한 권을 읽었다. 영이가 한 권을 읽고 다른 책을 꺼냈을 때 순이는 독서한 내용을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썼다. 영이는 독서에 집중했고, 순이는 독서와 표현을 병행했다. 부모의 눈에는 늘 책을 들고 있는 영이가 뛰어난 독서가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순이의 잠재력은 영이의 등 뒤에서 거대한 표현력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루는 순이가 나와 아이들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독후 활동을 하면서였다. 순이의 표현은 엉뚱하다 못해 황당했다. 어찌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지금까지 순이와 같은 아이는 없었다. 웃음이 났다. 대체 불가의 표현이라 그랬나 보다.


 '마녀 위니'를 읽고 독서 노트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주인공에게 하고 싶은 말, 자신이 느낀 것 등을 표현하라고 했다. 순이는 재미있는 장면을 그리고 옆에다 그 이유를 썼다. 새들이 마녀 위니의 고양이를 놀리는 장면이었다. 순이는 새들이 자기들은 더 못생겼으면서 고양이를 놀렸다며 흉을 봤다. 친구는 놀리면 안 된다고 아이다운 정의도 내렸다.


 고개를 끄덕여주며 순이의 그림을 보다 아래쪽에 그려진 새 한 마리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그게 무엇인지 물었다. 새 다린가 했는데 아닌 거 같아서였다.


 "순이야, 이게 뭐야 새가 다리가 세 개인 거야?"

 "아니요. 이건 오줌이에요. 이 새가요.. 내 꼬추 부럽지 하며 오줌을 찍 싸는 거예요. 하얀색 오줌이에요."


 순이는 새들의 물똥을 오줌으로 여겼던 거다. 거기다 하늘을 날고 있는 새들은 옷을 입고 있지 않으니 꼬추가 보일 거라 생각하고 저런 말을 했다고 한다. 상상을 초월한 답이었다. 다른 사람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왔다면 분명 성폭력감이다. 하지만 혀 짧은 순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유머가 되었다. 아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순이의 말을 따라 하며 키득거렸다. "내 꼬추 부럽지"하며.


 둘째와 첫째의 차이

 순이의 대담함은 자유로움에 있었다. 남을 의식하고 그들의 반응을 살폈다면 저런 답은 나올 수 없다. 순이가 엉뚱하기만 한 아이었다면 둘째의 능력을 말하면서 순이를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순이는 자유로움 속에 풍성한 표현력을 숨기고 있었고, 합리적인 생각과 옳고 그름을 본능으로 터득하고 있었다. 성선설을 증명하는 아이 같았다. 가끔 나를 혼란스럽게 하여 난처하게 만들었지만 그런 상황은 생각을 만들었고 판단의 기준을 정하게 했다. 


 계단을 오르는데 바퀴벌레가 있다. 유해한 곤충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집도 아닌데 그냥 지나칠까? 아님 밟아버릴까?(집안이라면 바퀴벌레 박멸약을 뿌리겠지만)


 두 번째 답을 선택했는데, 장화신은 고양이의 땡글한 눈을 하며 "그래도 살아있는 생명인데 어떻게 죽여요" 한다면?


 *짐작하시겠지만 장화신은 고양이는 순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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