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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Mar 30. 2021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

'BTS 오디세이'를 읽고

 고통과 치유의 이야기- BTS오디세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책 표지가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에겐 그랬다. 오디세이라는 짧은 단어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여정의 고단함을 느꼈고, 그 위에 단단하게 서 있는 BTS라는 글자를 통해 가슴 뭉클한 든든함과 마주했다. 제목만으로 김송연 작가는 고통과 치유의 과정을 7명의 BTS와 함께 했을 거라 생각했고, 그들과 함께 한 여정이 그녀를 살렸으리라 짐작했다.


 홀로 제목을 해석하고 표지 속 소녀를 보니 그녀가 날 보고 웃는 듯했다. 이제는 어디든 자유롭게 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는 책을 펼치기도 전에 위로를 받았다. 보라의 의미도 알지 못하면서 색이 주는 따스함에 빠져들었다.


 김송연 작가는 프랑스에 머무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무너져가던 시절,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이 땅을 떠나 남편과 시댁이 있는 프랑스로 갔다. 사람들은 그녀를 부러워했다. 낭만과 풍요로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넘칠 것 같은  프랑스에서 누릴 그녀의 삶을 부러워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우리가 아는 모습이 전부인 나라가 아니었다. 가진 자의 여유와 문화적 자부심으로 그녀를 사랑스럽게 안아줄 것 같은 그 나라에는 인종차별이 존재했고, 언어의 장벽은 그녀를 언어 잃은 인어공주로 만들었다. 새 삶을 살아보겠다고 떠난 곳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불행과 직면한 그녀는 또다시 자신을 살리기 위한 머나먼 여행을 떠나야 했다. 그리고 혹독한 여정의 끝에서  자신이 그토록 먼 길을 떠났던 건 결국 자기의 자리를 찾기 위한 일이었단 걸 깨닫게 된다.


 지금 그녀는 자신을 찾아 떠난 길 위에서 만난 BTS와 융을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어린 시절 융과 내적 동질감을 느꼈던 그녀는 융 분석가가 되어 치유자의 길을 걷고자 결심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융을 공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좌절의 순간 그녀의 정신세계를 파고든 건 붓다였다. 붓다와 융 사이에서 혼란을 겪던 그녀에게 다시 손을 내민 융을 통해 대극의 통합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치유의 핵심인 자신만의 별을 찾아 나서는 일을 계속한다. 그리고 융이 가리키는 손가락의 끝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7개의 별을 발견한다. 들꽃의 순수한 모습을 한 채 무의식 속 잃어버린 원형을 찾아주는 현자의 돌이 된 7명의 소년을.


 책을 읽는 내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BTS와 그들의 팬덤 아미에 대한 분석이 너무도 논리적이고 정교했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BTS 평전을 읽는 느낌이었고, 거대한 논문을 대하는 기분이었다. 보통의 에세이가 아니었다. 정작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알지 못했던 BTS를 타국에 사는 작가를 통해 바로 알게 되었다. 너무도 큰 존재가 곁에 있었기에 우리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말이 주는 따스한 위로와 그들의 신명 나는 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들을 알아봐 주는 이들이 있어 그들은 우리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었다. BTS를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난 연금술사로 알아본 파울루 코엘류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행하며 그들 곁을 지키는 아미를 통해, 그리고 그 안에서 그들을 이야기하는 김송연 작가를 통해.


 작가는 자기 자신을 찾으라는 융의 말에 따라 bts와 함께 했고 자아의 신화를 찾은 지금은 자신의 숨이 되고, 자신을 숨 쉬게 만들었던 BTS와도 이별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고통의 씨앗은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자신의 마음 안에 있다는 걸 발견했기에 꼭꼭 숨은 그 내면의 아이를 밖으로 꺼내올 수 있었고,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당신의 삶은 당신이 살고자 하는 대로 펼쳐질 것입니다"라는 융의 말을 따랐기에 BTS와 김송연 작가는 자신을 잃지 않고 빛날 수 있었다.


 책을 덮는 순간, 'BTS 오디세이'보다 BTS를 더 잘 말해줄 수 있는 책이 있을까 싶었다. 이 책을 BTS가 아니면 누가 읽을 수 있단 말인가? 작가도 아닌 내가 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었다. 출판사에서 BTS 소속사에 책을 보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마저 들었다.


세상을 향해 외치는 소리

 BTS에 문외한이던 나는 이제 말할 수 있다.

  I Purple You.

 보래해.

라고.


*이제부터 '보라'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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