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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Jul 29. 2021

그럼에도, 올림픽!

올림픽에 진심인 사람들이 있었다.

올림픽이 개최되어야 했던 이유

 2020년 도쿄 올림픽이 2021년에 열리고 있다.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이 올림픽이 개최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었다.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된 시점에 올림픽은 무슨 올림픽이냐 싶어서였다.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올림픽 조직위원회나 개최국이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았던 건 이런 단순한 논리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의 올림픽 개최는 전 세계인을 화합의 장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순수한 의도로 보이지 않았고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불순한 의도로 비쳤다. 올림픽이 시선 밖의 일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축제 분위기라곤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올림픽이 경기가 시작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올림픽을 개최하려던 이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올림픽은 개최되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경기를 보던 아들이 했던 말 때문이기도 했다.


 "어머니, 경기를 보며 깨달은 건데 이번 올림픽이 말이 많긴 했어도 꼭 열려야 했던 이유가 있었어요. 저 선수들을 보세요. 저 선수들은 올림픽 하나만 보고 몇 년을 고생했잖아요. 그런데 올림픽이 열리지 않았다면 또다시 몇 년을 더 고생해야 하잖아요. 이건 마치 고3 수험생들에게 수능을 1년 연기할 테니 1년만 더 공부해라 하는 것과 같은 거죠. 만약 그런 말을 했다간 고3들에게 돌 맞아 죽을걸요"


 "그렇긴 하다. 1년을 미뤘는데 또다시 미룬다면 의욕도 많이 상실될 거고, 나이가 들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선수도 나타나겠지. 올림픽이란 게 결국은 선수들을 위한 축제인데 올림픽 개최 문제를 선수들을 빼놓고 생각했네. 위험하긴 해도 열릴 필요는 있었어"


 누군가에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진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무슨 일이건 한쪽 면만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가려져 보이지 않는 이면을 애써 고개를 돌려 바라볼 필요도 있다. 진실은 보이지 않는 뒤쪽에 숨어있을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경기는 즐겁다

 


 이렇듯 생각이 바뀌어서일까. 요즘은 올림픽 경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제만 해도 저녁 식사 후 설거지도 미루고 경기를 봤다. 남자 펜싱 단체전 결승이었다. 그저께 여자 펜싱 단체전은 맘 졸이며 봤는데 어제 남자 펜싱 단체전은 수다스럽게 즐기며 봤다. 남자 경기는 시원시원했다. 아들은 삼총사의 결투 장면을 보는 것처럼 박진감이 넘친다고 했다. 맞다. 경기가 실전처럼 생동감이 있었다. 마치 힘차고 우아한 발레를 보는 느낌이랄까. 거기다 구본길 선수의 시원스러운 샤우팅은 더위까지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올림픽이 아니면 즐길 수 없는 짜릿함이었다.


 앞으로도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메달을 따면 더없이 즐겁겠지만 메달이 아니더라도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게 선수들의 건강이니 선수들이 일본의 더운 날씨를 잘 견뎌내어 아무 탈없이 경기를 치렀으면 한다.


역시 경기에 진심인 선수들이 있어 올림픽은 즐거운 축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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