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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Aug 10. 2021

계획의 실패로 완벽해진 휴가

휴가를 보내고 쓰는 글.

일상, 다시 나의 시간으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월요일 아침.

시원한 물 한 잔으로 새벽을 열었다.

지난 주가 휴가였다. 쉬었다.

아무것도 않고 쉬었다.

휴가 기간 동안 계획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고자 한 일은 많았다.

학원에서 싸들고 온 책이 바로 그 증거다.

숙제처럼 밀린 글쓰기도 하려 했다.

계획은

불발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넘쳐나는 시간을.

그래서 

즐거웠냐고? 아니.

아까웠다.


시간이 많으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했던 일을

주체할 수 없는 시간들이 모두 다 메워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장거리 드라이브에 하루가 가고

늦잠에 낮잠에 소원으로 여긴 시간이 허송세월로 갔다.

다람쥐 쳇바퀴가 싫어 잠시 내려놓는 삶을 살고자 했으나

일하지 않음이 두려웠다. 휴식이, 휴가의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일에 중독된 사람처럼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을

버려진 시간이라 여겼다.


그 시간이 내 몸을 마음을 키워내는 시간이었는데.


여행을 통해 집의 소중함을 깨닫고

휴가를 통해 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했던가.

누구의 말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내 생각인지도. 

맞다.

여행만이 존재하는 시간도

휴가만이 존재하는 시간도

완벽한 시간은 아니다.

집이 있어, 일이 있어

그 시간이 완벽해진 것이다.

난데없이 휴가 동안 일의 소중함을 깨닫는 어리석은 일을 했다.


다시, 일상. 

나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편해졌다. 휴식의 시간이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주었나 보다.

휴식이 버려진 시간인 줄 알았는데

몸과 마음을 키워내는 시간이었다.


일이 있어 휴가의 설렘이 있었고

계획이 있었으나 지키지 못했기에 제대로 된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휴가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아깝게 여겼는데

글을 쓰는 지금 깨닫는다.  

휴가는 원래 그런 시간이라는 걸.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죄책감 없이 편안한 시간.

그게 휴가라는 걸.


그리하여 계획이 실패한 이번 휴가는

완벽한 휴가(休暇)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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