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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Aug 19. 2021

무엇이 이들을 떠나게 만들었나?

카불 공항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모습이 포착되었다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만약 그 장면이 영화의 장면이었다면 그 사람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장면은 실제였기에 그 사람은 안타까운 죽음을 맞고 말았다. 무슨 얘기냐고? 뉴스에서 본 한 장면의 이야기다.


지난 15일 탈레반(이슬람 무장단체)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에서 철수한 후 4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탈레반의 카불 점령 소식이 전해지자 불안에 휩싸인 아프간 국민들이 대탈주를 시작했다. 카불 공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액소더스에 자신의 목숨을 건 사람들 중 몇몇은 이륙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참 후 몸체에 매달려 가던 사람 중 일부가 검은 점이 되어 떨어지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실로 경악할 만한 장면이었다. 차라리 공항에 머물렀으면 죽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 소심한 연민이었다. 그들은 과거 탈레반 정권의 야만스러운 공포정치를 경험한 바 있기에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가 없었던 거다. 카불 점령은 그들에게 그때의 공포를 되살려 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결국 죽음보다 절박한 공포는 또 다른 죽음을 불러오고 말았다.


탈레반이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집권했던 시기에 그들은 엄격한 이슬람 규율로 언론을 탄압하고, 종교의 자유를 억압했으며, 여성 탄압을 노골화했다. 여성들 대부분은 히잡과 부르카를 쓰고도 집에서 나오지 못했으며 경제생활은 물론이거니와 교육도 금지당했다. 그 시기의 여성들에게 양성평등이란 말은 먼 나라의 꿈같은 얘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로 돌아가야 한단다. 소름이 끼쳤을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탈레반 정권은 선량한 국민은 보호해 주겠다는 말로 그들의 너그러움을 보이려 했지만 이미 거리에서 여자들의 모습이 사라졌고, 거리를 지나던 한 여성이 탈레반에 끌려가 죽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거기다 탈레반군과의 강제 결혼을 위해 10대에서 40대까지의 여성들을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공포가 시작된 느낌이다. 남의 나라 일이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살이 떨린다.


부르카를 쓴 여성들


이 와중에 들린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탈주 소식은 허탈함마저 자아낸다. 그는 국민들 몰래 차량 4대와 헬리콥터에 현금을 가득 실은 후 수도 카불이 함락되기도 전에 아프간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무능한 정부의 부패한 권력자의 찌질한 모습이다.


1970년 이후 시작된 아프간의 전쟁 역사는 외세의 침략과 내전으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피해는 죄 없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 종교의 문제든 정치 이념의 문제든 제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정권이 들어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타깝게도 탈레반의 과거 행적이나 지금의 행태를 보아서는 그 기대가 요원하지만 그래도 빌어는 본다.


사람들의 탈주가 시작된 카불 공항에서 부모와 헤어진 아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도 접했다. 전쟁의 피해는 힘이 약한 아이나 여성이 제일 먼저 겪는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천진스러운 모습으로 웃고 있는 아이가 너무 예뻐 서글프다. 어서 부모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카불 공항에서 부모와 헤어진 아이의 모습. 천진스럽다.


광복절 이후에 전해진 다른 나라의 안타까운 소식에 마음이 착잡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나라의 아픔이 내 나라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라의 보호를 받는다는 게 이렇게 행복하구나 실감했다. 때마침 들린 홍범도 장군의 현충원 안장 소식도 가슴 뭉클하다. 이런 분이 계셨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는구나. 감사한 마음에 난데없는 애국심이 발동했다. 남이 뭐라 건 지금 난 내 나라가 너무 좋다. 감사한 마음에 눈물까지 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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