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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Mar 05. 2022

쓰기의 말들

문장 수집가의 쓰기의 말들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글을 읽다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좋은 글귀에 걸려 자꾸자꾸 넘어질 때다. 생각지도 못한 감정을 읽어낼 때면 어떻게 저런 감정을 느낄 수 있지? 도대체 저런 표현은 어디서 가져와 앉혀 논 거야?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한 줄 한 줄에 현혹되어 넋을 잃는다.


그럴 때면 감정은 요동친다. 글을 쓴 이가 부러우면서 미워진다. 남의 기를 꺾어 놓으니 행복하냐고 드잡이라도 하고 싶다. 친해지고 싶다며 애교를 부리고 싶다. 행복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이다. 글 쓴 사람은 의연한데 읽는 사람이 흥분하여 북 치고 장구치고 난리 부르스도 아니다. 꼴사나운 모양새다.


그러다 포기한 듯 말한다. "그래요 당신은 당신의 글을 쓰세요. 나는 나의 글을 쓰겠어요. 어차피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할 바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며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혹시 아나요? 그런 못난 글도 좋아해 주는 이가 있어 '브라보'를 외쳐줄지. 그게 연민의 마음이라도 상관없어요. 그런 분이 계시다면 부끄러운 글이라도 써야지요. 고마움에 보답은 해야 하니까요."


세상에는 부러운 사람이 너무 많다. 정확하게 말하면 부러운 작가가 너무 많다. 처음 글을 쓰려는 사람들을 위해 유유의 책을 소개하려고 했던 건 순전히 이 책 때문이었다. 이 책은 나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초등학교(나 때는 일본의 잔재가 묻은 이름 국민학교라 불렀음) 때부터 학교 도서관을 다니며 글을 읽어 온 나에게 '너, 그동안 돌머리를 이고 다닌 거 아니었어?'라는 자책을 불러 일으킨 게 이 책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책을 읽어 누군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고, 개혁가가 되었고, 성인이 되었다. 독서를 한다 하여 모두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니지만 흔적처럼 남는 것이 있기에 중요성을 설파하고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나긴 시간 동안의 독서는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솔직히 남긴 게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현재로선 독서로 먹고사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글을 쓰면서 부족함을 수도 없이 느낀다. 글쓰기를 위한 독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한 독서를 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작가처럼 쓰기의 말들을 모아 남겨야 한다. 시원하게 홈런을 날릴 수 있는 문장들을 발견하여 자신의 언어로 창조해 내야 한다.


이 책에는 글 쓰는 사람을 위한 수많은 말들이 모여있다. 이름만 대면 '아~' 감탄을 불러올 대가들의 말이다. 문장 수집가를 자처하는 작가 덕분에 그들의 언어는 순한 양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왔다. 작가는 읽는 사람에 그치지 않고 문장을 모아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기에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꿈꿀 수 있었다. 글을 쓰려는 사람의 손을 잡아 줄 수 있었다. 좋은 글을 읽고 숨이 막혔던 경험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듯 '내 몸에 투입되는 문장과 내 몸이 산출하는 문장의 간극을 견딜 수 없었다' '얼마나 더 읽고 더 쓰고 더 뒤척여야 저런 인식과 표현이 가능할까.'라는 고마운 고백도 해 주었다.


'문장 수집가'면서 '명언 전파자'였고, 스스로 '명언 창조자'가 된 작가는 '쓰기의 말들'글쓰기로 들어가는 여러 갈래의 진입로가 되어, 각자의 글이 출구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고통의 순간에 글을 붙잡고 통과했다는 작가처럼 예고 없이 다가온 고통에 힘든 사람이 있다면 글을 붙들고 그 순간을 통과해 보시길 바란다. 여기에 쓰인 말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줄 것이 분명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글 쓰는 일에 흔들리고 있다면 이런 글을 읽어 보는 건 어떤가?


미루겠다는 것은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테드 쿠저-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면, 글을 쓰지 마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

행동하는 자만이 배울 수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

간절하게 원한다면 지금 움직이세요.

-노희경-

자기 자신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자기만의 운동으로 삼으라.

-엘렌 식수-

글쓰기가 단번에 완성되는 생산품이 아니라 점점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글을 잘 쓸 수 없다.

-윌리엄 진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기 글을 믿고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남들과 달라지려 하고 스스로를 부단히 연마하는 것이다.

-윌리엄 진서-

글쓰기에는 어떤 것도 운 좋게 찾아오지 않는다. 글쓰기는 어떠한 속임수도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문장은 기나긴 수련의 결과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나는 씁니다. 따라서 나는 안심합니다.

-롤랑 바르트-

필일오必日五

-김훈-


이 책은 작가의 바람을 기적으로 이뤄낼 것이다. 쓰는 것이 두렵고 쓰는 일에 게으름을 피우려는 사람들마저 결국은 쓰고 마는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다. '쓰기의 말들'이 따뜻한 햇빛과 간지런 바람이 되어 계절을 깨우며 피어나는 봄꽃과 같이 환한 글을 여기저기서 피워냈으면 좋겠다.


2번을 읽고 필사를 했다. 하루에 한 쪽 씩.
글을 쓰기 전에 다시 책을 읽으며 쓰기의 말들을 적어보았다. 4번을 읽었는데 또 욕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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