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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선여인 Dec 29. 2022

아들의 입대, 남자라면 다 가는 곳이라지만

개개인의 마음은 다르다

아들의 입대

남자라면 다 가는 곳, 그곳에 아들이 갔다. 자신의 계획대로 기말고사를 마치고, 가족들과는 카타르 월드컵을 시청하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와 함께 눈을 쓸고, 눈사람을 만들었던 아들이었다. 아직까지도 내가 '우리 강아지'라 부르는 아들이다.


지금 나는 아무 감정 없이 글을 쓴다. 그저 기록을 남기고 싶어 쓰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자꾸 눈물이 일렁인다. 할 말이 많은데 쓸 수가 없다. 입이 방정이라고, 아니 글이 방정이라고 괜히 쓸데없는 말을 조잘거려 부정한 기운이라도 붙을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이 마음을 아는 사람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아들을 신병교육대에 남겨두고 온 부모뿐일 것이다.


하필 아들이 입대한 날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날았다 한다. 그날 나도 용산에 있었는데. 이제는 모든 일이 조심스럽다. 무례하게도 이기적인 마음이 피어오른다. 부디 내 아들이 군복무하는 동안만은 평화로운 나날들이 계속되길. 순간순간 두 손이 모아진다. 며칠이 지났다고. 아니,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려나.


생각해 보니 아들이나 나나 2022년 한 해는 이날을 위해 봄, 여름, 가을을 통과해 왔던 거 같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한 칸 한 칸 좁혀지는 시간의 간격을 두근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말이다.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한때는 영겁의 시간을 소망했지만, 이제는 찰나의 순간을 기대한다. 못난 부모의 마음으로 말이다.


며칠 후면 새해 아침이 밝는다. 나는 내년 한 해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 것이다. 맛난 것을 먹겠다고 맛집을 검색하지 않을 것이고, 벚꽃 구경 단풍 구경을 한답시고 경치 좋은 곳을 찾아 나서지도 않을 것이다. 예쁜 것을 구입한다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지도 않을 것이며, 편안한 마음으로 벌러덩 누워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수도승처럼 금욕적인 생활에 경건한 마음을 장착한 채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런 다짐에 누군가는 헛웃음을 지을지 모른다. 1년 6개월은 금방이라고. 요즘 군대는 편해졌다고. 그렇다면 왜 뉴스에서는 병역 비리 얘기가 계속 나오고, 멀쩡한 사람이 군 면제를 받았다는 예외의 경우가 발생하는가.


그럼에도 나는 기대한다. 내 아들이 씩씩하고 의젓한 군인이 된 모습을. 이런 나약한 엄마를 다독여줄 수 있는 강해진 아들의 모습을.

시누이가 아들을 위해 사다 준 낙지로 만든 볶음과 연포탕. 아들, 힘 좀 얻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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