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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Mar 04. 2023

드라마를 보다 생각한 리더의 조건

기다림의 시간을 행복으로 만들어준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가 끝이 났다. 서운함에 힘이 빠졌지만 후속 프로그램 역시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에 헛헛함을 달랬다. 서운해지려는 마음이 후속타를 생각하다 금세 환해진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란 사람 참 단순하고 가벼운 사람이다. 행복이란 보물을 너무 쉽게 찾아내고 만들어내니 말이다.


사람은 저마다 행복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르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동, 독서, 여행, 먹방, 쇼핑 등 좋아하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행복의 가치는 자신만이 매길 수 있기에 그것의 좋고 나쁨을 따져 이러쿵저러쿵 저울질할 수 없는 노릇이다. 


행복의 요인이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니 이 또한 행복하다. 내가 쇼핑을 한다든가, 먹는 일에서 행복을 느꼈다면 돈을 쓰고 메우는 일을 하면서 행복이 아닌 불행을 맛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가 느끼는 행복의 포인트는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그럼 나는 어느 부분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가? 나는 스스로를 스토리 중독자라 생각한다. 스토리만 있으면 친구들과 떠는 수다건, 책, 영화, 드라마건 가리지 않고 즐긴다. 특히 쉬는 날 보는 드라마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주말에 볼 만한 드라마가 없을 때는 약간의 짜증이 인다. 드라마 중독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확실히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줌마인 건 맞다.


몇 주 전에 끝난 나의 최애 드라마는 '대행사'였다. '대행사'는 대기업의 광고대행사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능력으로 살아남으려는 한 여자 임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였다. 드라마가 재미있었던 건 뚜렷한 갈등 구도가 형성되어 주인공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점도 있었지만, 각자의 캐릭터에 개성이 있어 그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데도 있었다. 심지어 송아지란 이름의 아역 배우까지 대사와 표정으로 나를 웃겼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물론 그 아역 배우의 엄마였던 전혜진 배우는 두 엄지 손가락을 추켜올리는 것으로도 부족한 이 드라마의 숨은 치트키였다. 이 배우가 있어 딱딱할 뻔한 오피스 드라마가 코믹 홈드라마처럼 따스하고 유쾌했다.


드라마를 보다 생각했다. 회사에서 리더는 어떤 자질을 지닌 사람이 되어야 할까? 회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다. 그러니 회사를 위해 확실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왜곡된 길을 통해 리더가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리더가 지녀야 할 자질은 자기 분야에서의 최고의 실력, 하지만 그건 기본값이다. 이 기본값에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플러스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드라마에서 왕회장 역을 맡은 배우가 한 말이 자꾸 귀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 직원을 머슴이라 부르며 어떤 일에서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생겼을 때는 머슴이 그 책임을 져야 하고, 공이 생겼을 때는 주인이 그것을 가져가야 한다는 사고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가 회사의 주인일지는 몰라도 리더로서의 자질은 보이지 않았다. 리더는 적어도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리더에게는 공을 챙기는 마음뿐만 아니라 지시한 일이 잘못 되었을 때 책임을 질 줄 아는 대범함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물러서는 주인공이 멋있었다. 물론 그런 리더였기에 부하 직원들 역시 믿고 따랐던 것이고.


드라마를 보다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 생각했다. 한때는 바보상자라 불린 텔레비전을 통해서였다. 바보상자라 불린 텔레비전, 텔레비전은 바보상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생각을 이끌어 낼 줄 알고, 행동도 변화시킬 줄 알아서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오늘도 텔레비전을 보며 웃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단순한 사람에게 행복은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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