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밴댕이 소갈딱지예요.

남편이 알면 큰일 나요.

by 은빛구슬

지금 누군가는 귀가 몹시 가려울 거다.

내가 마음속으로 '밴댕이 소갈딱지! 밴댕이 소갈딱지!'를 주문처럼 외우고 있으니 말이다.


귀가 가려울 사람, 내가 마음껏 흉볼 수 있는 사람, 바로 내 남편이다.


나는 내 남편이 산이 되고 바다가 되어 나를 든든히 지켜주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랐다.

그런데 이 사람, 나를 포용해주기는 커녕 백척간두 벼랑 끝에 자꾸 나를 세운다.


눈웃음을 살살치며 세상 좋은 모습으로 다가오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의 감정이 상했다 하면 차가운 눈빛으로 주위를 얼려버리는 사람이 내 남편이다.


어떤 땐 어머니도 나도 말을 못 붙인다. 진짜 무서워서. 그 차가운 표정을 보기 싫어서.

솔직하게 말해 지금은 집안 분위기를 흐리기 싫어 화가 나 있으면 말을 안 붙인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장점이 정말 많은 사람이지만 언제나 불같은 성격으로 모든 것을 잃는 불쌍한 사람. 이제는 이 사람에게 측은지심까지 생겨 버렸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밉다고 버릴 수도 없으니...


전에 남편과 딸의 관계를 글로 쓴 적이 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4개월이 되었나? 아니 5개월인가? 나에겐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진 그 기간 동안 둘은 서로를 소 닭 보듯 했다. 정말 어찌 그리 닮았는지 고집이 황소고집에 쇠심줄이다. 닮아도 너무 닮은 부녀다.


어머니께선 그래도 자식이 굽히고 잘못을 빌어야 하지 않겠냐 하시지만, 난 남편이 대범하게 딸을 안아주고 이 일을 마무리했으면 싶다. 그런데 이 사람 그럴 맘이 전혀 없으니 참으로 걱정이다.

딸에 대해서도 해야 할 말이 있는데, 딸의 이름조차 꺼내지 못하게 하니 이를 어찌해야 할지 심난하기 짝이 없다.


딸은 광주에 있는 국립대를 다니고 있다. 부산대, 경북대와 더불어 지방에선 나름 인정받는 대학이니 참고 다녀줬으면 싶은데 자꾸 서울로 가려했다. 반수를 해서 인 서울을 할 거 같은데 남편에게 말을 할 수가 없다.

아~, 속이 터지다 못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가 될 거 같다.


밴댕이 소갈딱지.

내 남편은 산이요, 바다였으니.

내 남편은 화산이요, 불바다였어라


내가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남편의 경제적 지원 없이 딸을 서울로 보낼까?

아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 헤어지더라도 서로 화해를 하고 헤어지는 게 맞다.


난 참 착하게 살았다. 엄마 속을 썩이는 일 따윈 없었다. 그런데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이쁜 딸은 왜 이리 엄마 맘을 몰라주고 속을 썩이는지 모르겠다.


화산과 불바다가 그 열기를 잃고 든든한 산과 드넓은 바다가 되어주길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 제발 날 힘들게 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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