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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Feb 04. 2020

생각의 틀을 깨는 책을 만나다.

<프린들 주세요>의 닉과 같은 아이를 원한다.

 언어란 무엇인가?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며, 우리 인간의 욕구와 감정을 표현하게 하고, 지식을 축척시켜 문화로 발전시킨 후 다른 시대로 전달하게도 만드는 인류 생존의 보고이다.


 이런 언어는 자의성, 사회성, 규칙성, 역사성, 창조성이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그 성질을 굳이 설명해 보자면,


 자의성은 기호와 그 기호가 갖고 있는 의미 사이에는 필연적인 관계가 없음을 나타내는 말로, 우리나라에서 '책'이라고 표현하는 문자나 말소리를 영어권에서는 '북'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기호와 의미는 서로 아무런 관계없이 지어졌다는 말을 뜻한다.


 각자 '일정한 목적, 내용, 체재에 맞추어 사상, 감정, 지식 따위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여 적거나 인쇄하여 묶어 놓은 것'을 <책>이라 부르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이지 책이란 뜻과 의미 사이엔 필연적으로 그런 이름이 붙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개인 마음대로 <책>이란 말을 다른 어휘로 바꾸어 부르면 사람들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하니 우리 모두는 그렇게 부르자고 약속을 한 것인데 이것이 언어의 사회성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생긴다.

 "나는 그렇게 부르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데?"

 그러면 사회는 말할 것이다.

 "너는 이 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이미 그런 약속을 했어. 그러니 아무 말 말고 따르기나 해"

 그러면 우리는 아무 말없이 약속된 이름을 따라 배우며 그 어휘를 사용해 말을 하고 글을 쓰게 된다.


 그런데 그런 언어의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만의 단어를 탄생시킨 아이가 있으니 바로 <프린들 주세요>의 닉, 니콜라스 앨런이 그 주인공이다.


 닉은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줄 알았기에 성공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행동하지 않기에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나 닉은 그리 했기에 성공하였다.



 니콜라스 앨런은 조금은 특별한 아이다. 항상 기발한 생각으로 친구들을 즐겁게 해 주어 친구들 사이에선 사랑받는 아이지만, 선생님들에게는 말썽꾼이다.


 5학년이 된 닉은 담임인 그레인저 선생님이 새 학기인데도 수업만 하려고 하자 질문을 하여 수업 시간을 끌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 질문을 통해 닉은 선생님으로부터 오히려 숙제를 얻게 되고, 사전에 실린 단어들이 그 누군가에 의해 임의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된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은 그 뜻과 의미에 필연적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의적으로 만들어서 그렇게 부르자고 약속한 후 부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닉은 자신도 단어를 만들어보려 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한다. 닉은 문구점에 가서 펜을 가리키며 "프린들 주세요"라고 말한다. 문구점 아주머니는 의아해하며 닉이 가리킨 '펜'을 준다. 그런데 그다음 날, 그리고 그 다음날 닉의 친구들이 차례로 문구점에 가서 프린들을 찾게 되면서 아주머니는 그 뒤부턴 프린들을 찾을 때마다 의심 없이 펜을 준다. 이제 펜은 프린들이란 이름으로 닉의 학교인 링컨 초등학교에선 공식화된다.


 '프린들'이란 말의 사용을 막으려는 그레인저 선생님과 학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프린들의 사용은 마을을 넘어 전국으로 퍼진다. 그런 흥행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사람도 등장해 닉의 아버지는 '프린들'이란 상표권을 팔고 저작권료로 이익의 삼십 퍼센트 받게 된다. 그리고 그 돈은 고스란히 닉의 신탁 통장에 입금이 된다.


 대학 3학년 11월,  큰 사건 2가지가 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금액이 신탁 통장에 모여 자신의 손에 쥐어졌다는 것과 '프린들' 사용을 막았던 그레인저 선생님으로부터의 편지였다. 편지엔 닉이 만든 단어 '프린들'이 웹스터 대학 사전에 실렸다는 내용과 닉이란 멋진 아이가 자신의 계획을 실천할 수 있도록 자신이 의도적으로 악역을 맡았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그레인저 선생님은 영특한 닉이 자신이 계획한 일을 성공하길 누구보다 바랐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남몰래 그 성공을 기원하고 있었다. 훌륭한 학생에 훌륭한 선생이 아닐 수 없다. 닉의 성공에는 그의 성공을 빌며 악역을 자처한 그레인저 선생님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날, 그레인저 선생님은 교육감으로부터 축하 편지를 받는다. 그레인저 선생님 제자 중 한 명이 대학 장학금으로 백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장학금 이름을 '로렐라이 그레인저 장학금'으로 해 달라고 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그리고 우편함에 꽂힌 또 다른 편지와 상자엔 5학년 남학생이 쓴 삐툴삐툴한 크리스마스 카드와 금빛 만년필이 들어 있었다. 그 만년필에는 이런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 물건은 로렐라이 그레인저 선생님 것이며, 선생님이 어떤 이름으로 부르셔도 좋습니다.

  사랑을 담아서 니콜라스 앨런 드림"


마지막까지 감동을 준 닉의 선물이었다.


 "닉, 넌 정말 멋진 제자야!"   

 이런 말이 절로 나온 책이었다.


 이 사회 속에는 사회가 정한 틀을 그대로 따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닉처럼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할까? 남들이 정한 틀에 맞추려 나를 변화시켜야 할까? 아님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할까?

  

 닉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묻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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