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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Mar 13. 2020

스티븐 킹을 유혹하고 싶어.

소설보다 영화가 먼저였어요.

 작가를 몰랐지만 작가에게 빠져있었다.


 나는 작가의 책을 읽지 않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작가를 좋아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동안 난 이 작가에 대해 무지했다. 작가에 대해 알지 못하니 어디 가서 작가에 대해 논한 적도 없다. 그러다 내가 좋아한 정유정 작가가 이 작가의 광팬이었단 소릴 듣고 그제서야 작가대한 검색을 시작했고... 그리고 알았다. 난 그의 소설을 읽지 않았지만 이미 나도... 그의 광팬이었다는 것을.


 소설과 영화는 같을 수 없다. 영화보다 원작인 소설을 읽어야 그 작가를 더 자세히 알 수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난 작가의 작품을 소설이 아닌,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통해 처음 접했던 거다. 그가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대해 어떤 평을 했든 상관없이 난 스크린을 통해 살아난 그의 이야기 속에 빠져 들었다.


 공포 영화 보는 것을 소름 끼치게 싫어하면서도 '샤이닝'에 빠졌고, 일식과 우물의 서늘한 장면이 생생한 '돌로렌스 클레이본', 돌로렌스 클레이본의 케시 베이츠 연기 자체가 공포였던 '미저리', 환상과 현실이 교차된 듯한 '그린마일'과 '쇼생크 탈출', 그리고 안타까운 공포 '캐시'까지. 이 모든 영화는 내가 작가와의 연관성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좋아했던 작품들이다.


 또 하나 글을 쓰기 전 알게 된 킹덤(kingdom hospital). 킹덤은 결혼 전 극장에서 밤샘을 하며 봤던 영화라 그 공포스러움도 기억에 남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 뻐근한 몸을 버텨가며 본 영화가 없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작가의 작품은 그렇게 영화에 빠져 지내던 나의 추억 속에 소리 없이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난 이 작가의 글쓰기 비법을 소개한다. 이름하여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은 우리에게 공포소설의 대가로 알려진 만큼 그에겐 공포, 스릴과 서스펜스, 그로테스크 이런 용어들이 어울릴 거 같다. 하지만 난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고 그의 삶이 어찌 되었건 그는 상당히 유쾌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목차를 보면 그가 전하려는 내용은 크게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인생사를 담은 이력서, 글쓰기의 기본 조건을 말하는 연장통, 작품들을 예로 들어가며 꼼꼼하게 말하는 그의 창작론, 마지막으로 후기를 대신하여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난 후의 경험을 쓴 인생론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력서에도 나타나지만 스티브 킹의 어린 시절은 결코 평범치 않았다.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직업 전선에서 스티븐 형제를 위해 일해야 했다. 어린 시절의 스티븐과 형은 이모 댁을 떠돌아야 했으니, 그들의 삶은 멀리서 봐도 불행 자체로 보일 뿐이다.  그러나 의 기록은 유쾌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어린 시절의 기록은 재미있는 추억처럼 펼쳐진다. 스티븐 킹은 자신의 소설처럼 무섭거나 괴기스러운 사람이 아니었으며, 심지어 알코올과 마약에 찌들어 있었을 때조차 그는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


 글쓰기 비법을 말함에 있어서도 자신의 이모부가 들고 다니던 연장통을 예로 들고 있다. 재미있고 명쾌한 표현이다. 글쓰기에서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연장을 골고루 갖춰놓고 그 연장통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팔심을 기르라는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한 연장은 글에 잘 어울리는 쉬운 낱말(어휘력), 규칙적인 문법, 수동태와 부사를 줄인 문체 그리고 글이 생명을 갖게 만드는 문단을 제대로 아는 것이라 했다.


 킹은 소설이란 땅 속의 화석을 발견하는 일이라 말하며 작가는 자신의 연장을 사용하여 각각의 유물을 온전하게 발굴하라고 말한다. 그 유물을 온전하게 발굴하는 방법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지극히 원론적인 말이지만 유일한 해법이다. 거기에 '진실'이라는 양념을 곁들여라. 거짓이 아닌 개인적인 것, 나에게 가장 전문적인 것. 그것들만이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해 주고 글을 풍부하게 만든다.


 킹은 어린 시절 병치레 때문에 집에 갇혀 지내면서도 책을 읽고 공상을 했다. 그리고 소설을 썼다. 절망하지 않았다. 알코올과 마약에 빠졌을 때도 아내와 함께 극복했다. 인생의 후반 큰 교통사고로 죽음의 위기가 있었지만 살아남아 지금까지 글을 쓴다.


 킹은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래서 그의 많은 작품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그는 노년을 마냥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까지 쓴다. 자신이 작가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


 작가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 작가라는 말을 함부로 남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작가,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고 다짐 한번 해 본다.


  나도 언젠간 글로써 스티븐 킹을 유혹할 거라고. 그의 글이 날 유혹했으니, 나도 유혹하는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스티븐 킹이 말했다. 다른 사람의 글에 감동해 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는 글을 쓸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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