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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Mar 30. 2020

브런치 조회수 100만, 6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다.

생각의 시간을 갖습니다.

 2019년 9월 20일 첫 글을 쓰고 6개월이 지난 2020년 3월 27일에 브런치 총 조회수 100만에 도달했습니다. 다른 이와의 비교를 통해 저 숫자를 평가할라치면 하루 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한 사람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는 숫자에 불과할 것이고, 이제 막 작가의 길에 들어선 이에게는 앞으로 전진해 나갈 수 있는 희망의 빛이 되는 숫자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숫자나 시간은 지극히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1초, 1분을 경계로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100만이라는 수도 그 수를 넘어서는 순간 특별함을 잃은 보통의 100만이고 그저 200만, 300을 향해 나가는 디딤의 수에 불과해 버립니다. 그러기에 저는 아깝고 귀한 이 숫자를 그대로 떠나보낼 수 없어 기록으로나마 구체화하여 사라지는 뒷모습에 의미를 부여해 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짧은 6개월의 글쓰기 과정도 돌아봅니다.



 

 저의 브런치 도전기를 한 마디로 말하면 성급함이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 방향성이나 주제를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그저 내 삶이 다른 이들과 같지 않기에 특별한 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무작정 도전했으니까요. 그런데 우습게도 이런 무모함이 체인을 엮듯 연결되면서 브런치를 이끄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성급하다 여겼던 브런치로의 첫걸음은 결코 무모하지 않은 의미 있는 도전이 되었던 거죠.


 처음 브런치 작가에 도전을 하고 다음 날 바로 합격 통보를 받고는 '역시 내 삶은 글쓰기에 좋은 재료였어' 라며 자신만만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후 제 글은 방향을 상실한 채 그날그날의 감정을 토로하는 한풀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방향을 읽은 글들은 필터를 거치지 않게 되었고 텁텁하게 쓰인 글은 입안에 모래알을 굴리는 불쾌함만을 남겼습니다.


 그러다 100만 조회수를 눈 앞에 둔 시기에 저는 저 숫자를 내 글쓰기의 터닝 포인트로 삼아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런 공언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브런치 조회수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브런치에서 조회수는 그리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구독자 수가 조회수에 비례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면 그 글은 대단한 파급력이 있는 글임에 분명합니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글을 쓰신 작가 분 중에 그런 분이 계시는데, 그분은 단기간에 조회수와 구독자 수를 확보하신 분입니다. 지금은 출판사와의 계약을 마치신 상태이고 구독자만 4000에 육박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경우는 조회수도 의미가 있는 경우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구독자 수나 조회수는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글의 전문성과 대중성으로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신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분들의 글에는 그분들만의 전문성이 부각되었고, 전문성을 드러내는 방법 또한 신선했습니다. 순간의 입맛을 자극하는 단짠의 맛이 아닌 밍밍하면서도 은근한 평양냉면의 맛을 지녔다고나 할까요? 이런 경우를 보더라도 브런치에서 구독자수나 조회수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구독자수나 조회수에 애면글면하며 속 태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자신이 브런치 100만이 되었다고 설레발치며 글을 쓰는 이유는 앞으로 계속될 글쓰기에 한 템포 쉼을 주기 위한 일이요, 글의 주제와 방향성을 제대로 잡기 위한 일입니다.


 브런치 초기, 조회수에 연연하며 일희일비하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들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그때 아들 녀석은 엄마가 브런치 늪에 빠졌다며 내 글을 본 사람들은 제목에 낚인 것이지 글이 좋아 보는 것이 아니라는 팩폭을 날렸습니다. 그 당시엔 변명이랍시고 '제목이라도 좋으니 보는 거 아냐'라고 대꿀 했는데  '글이 좋아 보는 것이야'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 속에는 아직은 작가라는 말이 어색한, 내 옷이 아닌 남의 옷을 걸친 것 같은 내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어떤 대꾸에도 당당하게 '엄마도 작가야'라는 말이 익숙할 수 있는 글을 쓰려합니다.


 고맙게도 브런치는 여러 차례 저의 글을 다음 메인과 카카오 채널에 올려주는 영광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리도 황송한 조회수를 받게도 해 주었고요. 이제는 제목을 보고 미끼를 문 분들이 쭉정이를 물었다면 투덜거리는 일이 없도록 튼실한 알곡의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필터로 잘 거른 맑고 투명한 글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필력이 딸려 숨을 헐떡이며 끝을 맺을지도 모르지만 읽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보다 정제시켜 보겠습니다.


 100만 조회수를 언급하며 쓰는 오늘의 글은 그동안의 글쓰기 과정을 되돌아 볼 시간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앞으로 멈춤 없는 글쓰기를 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부디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와 다른, 오늘보다 더 자라 있는 모습이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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