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빛구슬 Mar 25. 2020

코로나 시대의 사랑

끝나지 않은 이야기.

코로나-19, 널 만만하게 봤다



 요 며칠 동안 직장과 집만을 오갔다. 계절을 즐기며 살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 다른 때 같으면 황금 휴가라 좋아했을 2주의 휴식도 가슴의 벌렁거림 한번 느껴보지 못한 채 보내주어야 했다. 솔직히 말해... 그 2주의 시간은 아까워도 너~무 아까운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하며 그렇게 긴 휴가를 가져 본 이가 나를 비롯하여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그런데 그렇게 길고 소중했던 시간을 마음 졸임 하나로 살아야 했으니 비상시국에 얻은 행운이라쳐도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나는 또 다른 침략자의 공격을 받았다. 거부하기 힘든 달콤함으로 나를 무장 해제 시킨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닌 따스한 봄날의 햇살이었다. 비록 그의 유혹이 강렬하다 하더라도 거기에 넘어가선 안 된다. 넘어가는 순간 지금까지 참고 참았던 나의 수고는 수포로 돌아간다.


 정신을 차리려 창문을 열고 공기를 받아들였다. 바람이 차갑지 않았다. 나른해진 오후가 기지개를 켠다. 나도 두 팔을 쭉 뻗어 기재개를 켰다. 정신이 깨어난다.


 덩달아 꽃들이 깨어난다. '우리의 향연은 계속될 것이니 기대해도 좋아'라고 그들이? 아니, 그녀들이 말한다. 겨울 동안 꽁꽁 언 몸과 마음은 자신들이 책임지겠다는 자신만만함이다. 그 소리에 우리의 몸이 깬다. 몸이 근질근질하다. 밖으로~ 밖으로~~ 사이렌의 유혹에 반응하고 싶어 진다.


 계절은 분명 몸으로 통통 튀어야 하는 스프링이다.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고, 꽃구경을 해야 하는...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우리에겐 아직 '잠시 멈춤'의 유효 기간이 남아있다. 아직은 세상 밖으로 튕겨 나가서는 안 되는 시기다. 발의 움직임을 멈추게 해야 한다.


 

마스크 대란으로 한참 시끄러웠던 시기, 모순되게도 난 2002년의 월드컵을 떠올렸다. 2020년의 코로나-19와 2002년의 월드컵은 전혀 다른 성격으로 교차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주제처럼 보이는데 말이다. 절망과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에겐 다름만이 존재할 뿐 그 어떤 같음도 찾아볼 수 없는 거 같다. 그런데 그런 어이없는 관계 속에서 난 그 둘의 공통분모를 봤다.


 그것은 '함께하기'라는 공동체 의식이었다. 그 마음이 자발적인 것이든 강요에 의한 것이든 상관없이 그 둘 사이에는 '함께하기'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2002년의 붉은색과 2020년의 하얀색은 즐기기 위한 마음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마음으로 함께 했다.


 거리에서도 건물 안에서도, 어른도 아이도, 남녀 구분 없이 우리는 함께하기를 하며 힘든 이 시기를 견디고 있다. 2002년의 함께하기는 어울려 즐기면서 함께 했다면, 2020년의 함께하기는 거리를 두면서 함께하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은 다른 매개체를 전염시키는 걸 목적으로 한다. 자신이 전염시킬 대상이 사라지면 게임도 아웃인 거다. 몸은 거리를 두고 마음은 한데 모아 코로나를 종식시키고 평범한 일상을 찾아오자. 빼앗긴 봄에겐 마음의 편안함이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잠시만 멈춰보자.

 놀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먹고 싶어도, 만나고 싶어도.

 이번 기회에 코로나를 고립시켜 한방을 날려주자.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조회수 100만, 6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