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도서관

키스킨과 충전 케이블

by 씨디킴

내일 현직 광고인으로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회사도 브랜드도 아닌 공익을 위한 플랫폼. 네이버와 넥슨도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나와는 결이 다르다. 그렇게 믿고 싶다.


딱 일주일 만에 회사에 간다. 찐 퇴사일을 열흘 앞두고, 마지막 혜택을 누리러 간다. 커피 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내려 얼음과 비벼 먹을 생각을 하니 침이 고인다.


도서관에 앉아있다. 나 같은 사람이 많다. 그래도 집에서의 우울함을 떠나 창가의 볕을 마주하며 책의 위로를 받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블라인드를 내렸지만, 나는 올려두었다. 그분의 체온을 느끼고 싶은 모양이다.


이런… 노트북 충전 케이블을 두고 왔다. 낭패다. 키스킨도 벗겨진 상태라 소음 때문에 타이핑도 할 수 없다. 도서관 국룰이다.


파트타임 일을 마친 아내가 가져오기로 했다. 함께 도서관에서 만찬?을 즐기고 제대로 일을 해볼 참이다.


우리 팀 막내 사원에게 뜬금없이 카톡을 보냈다. ‘무슨 일 있으시냐.’ 묻는다. 건조하다. 나도 부모님께 그런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래선 안 되는 거였다.


내년에는 도서관에 빈자리도 일자리만큼 사라질 것 같다.

뭔가 크게 뒤틀리고 망가지는 게

직감으로 느껴진다.


환율, 기름값, 물가.

무엇하나 정상이 아닌데

세계가 다 힘들다며

이것이 뉴노멀이라며

세뇌하는 자들에게

속고 있는 사람들.


자본주의 최전선에서의 25년.

내 프로젝트는 이 위기를 견뎌내야 할

사람들을 위한 작은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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