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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연 Apr 12. 2024

운동을 쉬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다

수영, 달리기, 파워리프팅.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5월 18일 서울신문하프마라톤대회 10k, 6월 22일 한강 건너기 수영대회, 하반기 아쿠아애슬론 대회, 하반기 혹은 내년 초에 나갈 파워리프팅 대회. 시합이라고 표현하기 부끄럽지만 여러 대회를 앞두고 있다. 달리기, 수영, 파워리프팅. 열심히 즐긴 적이 있던, 하지만 한동안 하지 않았던 운동이다. 이 세 가지를 시합을 위해서 다시 하기로 마음을 먹고 최근 열심히 하고 있다.



수영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시작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때까지는 동네 대회를 조금씩 나가는 수준으로 열심히 했다. 체대입시를 할 때도 토를 안 했던 내가 어릴 때 수영하면서 토를 해봤으니 나름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있다. 중학교 2학년부터 3학년때까지는 '철인 3종 경기'로 잘 알려져 있는 트라이애슬론을 했다. 취미반만 나오는 대회긴 했지만 나름 전국대회에서 2등까지 한 적이 있다. 수영은 이 뒤로 하게 된 것이 대학입시 때다. 연세대학교 입시를 위해 했다. 어릴 때 힘들게, 약간은 억지로 했던 탓일까? 입시를 위해 수영을 한다고 하니 정신적 압박에 시달렸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 연세대학교도 멀어졌고 말이다. 제대로 수영을 한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다. 그렇게 95년생인 나는 30세. 10년 만에 다시 수영을 하게 된 것이다.


달리기는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상처가 되기도, 뿌듯함을 주기도 했던 운동이다. 단거리 달리기는 지겹게 못했다. 축구도 야구도 썩 잘하던 나인데 단거리 달리기는 빠른 여자아이들 수준 정도였다. 하지만 장거리를 달리는 종목에선 달랐다. 1500m 달리기는 중고등학교 때 모두 점수 상 만점. 교내에서 잘하는 사람들을 뽑아서 하는 체육대회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수영을 열심히 하게 했던 트라이애슬론을 할 때도 이 능력이 빛을 발했다. 그다음 달리기를 제대로 해본 것은 군대 시절. 3km 달리기 특급을 받기 위해, 그리고 체지방 감량을 위해 달렸던 때가 있다. 이때도 나름 잘 달렸다. 여러 부대가 같이 달리는 날이었고 꽤나 많은 인원이 달렸다. 거기서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12분 30초 안에 들어오면 특급. 나는 11분 50초에 들어왔다. 회상할만한 다음 기억은 2019년 나갔던 10km 대회다. 후배들이 꼬셔서 나갔던 대회에 정작 후배들은 나오지 않고 나랑 친구만 뛰게 되었다. 초반 친구의 오버페이스를 그대로 받아 뛰었다. 친구는 화장실에 가느라 늦게 도착했고 나는 그 페이스를 유지하며 10km 결승선에 골인. 기록은 48분 중반 정도로 기억한다. 처음 10km를 뛰는 사람치고는, 준비를 안 한 사람 치고는 꽤나 빠른 기록이다. 이때 나는 무리해 무릎 부상을 입었고 2-3년 간 무릎이 아파 하체 운동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 이 기억 때문에 이번에 나가는 10k는 건강하게 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아주 오랜만에 제대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파워리프팅은 비교적 최근에 시작을 했다. 내가 최고의 코치라고 자부하는 내 후배에게 2년 정도 코칭을 받았다. 그렇게 2번의 대회를 나갔고 '이제 무게 좀 치네.'의 기준인 3대 500을 공식 대회에서 넘겼다. 잘 나아가고 있던 파워리프팅 여정은 크로스핏을 시작하게 되면서 4개월 정도 휴식기를 가졌다. 크로스핏을 하면서 여러 부상도 있었고 '파워리프팅'이 좀 더 내게 적합한 운동이라고 생각이 들어 다시 파워리프팅이라는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오랜만에 돌아온 결과는 처참하다. 공백이 짧건 길건 간에 예전 느낌과 사뭇 다르다.


장거리 수영을 했기에 힘 빼고 길게 가는 것에 자신 있었다. 수영을 쉬면서도 팔을 허공에 휘휘 저어볼 때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10년 만에 제대로 물장구를 쳐보니 기억이 왜곡되었다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팔은 가라앉는다. 나는 팔 위주로 수영했던 편인데 근육 형태가 바뀐 헬스인은 이제 팔 위주로 수영할 수 없다. 빠르게 지쳐서 25m 수영장 4바퀴를 도는 것도 피로하다. 30바퀴도 가볍지는 않지만 끝이 보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5바퀴도 멀어 보인다. '이래서 한강은 건널 수 있나?'라는 마음도 찾아온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다. 2달 내로 어떻게든 팔에 힘을 빼고, 조금 더 다리를 빠르게 차보는 방향을 터득해 보기로 한다.


달리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은 했다. 그래도 48분을 준비 없이 뛰었으니 준비하면 45분 안에 들어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5년 사이에 내 몸은 많이 변했다. 근육이 조금 더 생겼고, 힘은 잘 쓰지만 잘 지치는 몸이 되었다. 물론 심폐지구력은 꽤나 좋다. 엄청 높은 강도가 아니라면 꾸준히 밀어붙이는 끈기가 있다. 하지만 근육은 먼저 지쳐버리게 되는 몸이 되었다.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10k를 뛰어보았다. 심장은 넉넉하다. 그런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근육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지구성 몸에서 조금 더 힘을 짧게 쓸 수 있는 몸이 된 것이다. 그러니 수영에서도 빨리 지치고 달리기에서도 빨리 털리는 것이다. 그럼 파워리프팅은 잘 되는가?라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다. 내 몸이 받아낼 수 있는 수준에서 아주 무거운 무게를 다루는 능력은 엄청 빠르게 사라졌다. 3개월 만에 종목마다 20kg 이상씩 무게가 낮아졌다. 분명 가볍게 느껴지던 무게인데 짓눌리는 느낌이 큰 운동이 있다.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색해서 힘이 들어가지 않는 운동도 있다. 내 근력은 지금-여기엔 없다.


이렇게 다 잃어버린 기분이다. 하지만 동시에 행복하다. 찾아올 것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느낌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소를 찾을 수 있다. 아니 새로운 소를 데려올 수 있다. 내 지금 몸 상태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나가면서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어려워서, 그리고 내가 선택해 더 동기부여가 생기는 면도 있다. 어렸을 때 잘 움직여졌지만 억지로 한 수영이다. 지금은 삐걱거리지만 내가 잘하고 싶어 져서 수영장에 스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 잘하게 될 것이다. 아니 잘하게 되지 않아도 좋다. 발전하고 대회라는 목표를 어찌어찌 이루기만 한다면 난 그것으로 만족한다. '과정'에 집중해 보고 '성장'한 나를 사랑해 줄 준비가 지금은 돼있다.


한 때 열심히 했던, 하지만 잊고 살았던, 그렇지만 다시 시작한 것들로부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가는 중. 앞으로 어떤 충만한 운동 인생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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